천궁-Ⅱ 이번엔 사우디 뚫었다…'한국판 패트리엇' 4.2조 수출
한국이 자체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천궁-Ⅱ(M-SAM2)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계약이 성사됐다고 국방부가 6일 밝혔다. 수출 규모는 약 32억 달러(약 4조 2528억)다. 한국은 지난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의 천궁-Ⅱ 수출에 이어 사우디와도 약 4조원대의 대형 방산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현지시간) “한·사우디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한국 LIG넥스원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간에 체결한 천궁-Ⅱ 10개 포대 수출 계약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UAE·사우디·카타르 등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이다.
‘한국판 패트리엇(PAC-3)’이라고도 불리는 대공 방어 체계인 천궁-Ⅱ는 항공기·지상 등에서 발사된 탄도 미사일을 잡아내는 첨단 방어 무기 체계다. 15~20km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한 하층 방공망의 핵심이다. 성능은 좋으면서도 미국의 대공 방어 체계인 패트리엇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천궁-Ⅱ는 수직발사를 통한 사격 능력과 고속 비행체 대응능력, 정밀 유도 조종 성능 등을 갖췄다. 미사일의 ‘눈’ 역할을 하는 다기능레이더(MFR)는 중거리 표적 항공기에 대한 탐지·추적·피아식별 능력과 요격 유도탄의 포착·추적·교신 등 교전 기능을 갖췄다.
천궁-Ⅱ는 또 이전 천궁에 비해 유도탄의 반응 속도, 미사일 요격 성공률이 개선됐다. 천궁이 적의 항공기 요격에 방점을 뒀다면 천궁-Ⅱ는 탄도 미사일 요격에 주된 장점이 있다. 마하 4.5(시속 5508㎞) 속도다. 천궁-Ⅱ는 2017년 시험 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군은 현재 레이더를 개량하고 요격 고도를 높인 천궁-III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천궁-Ⅱ의 사우디 수출에 상당 기간 공을 들였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기간 천궁-Ⅱ의 수출 계약 성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현지 브리핑에서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와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는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방공 체계 구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한국의 천궁-Ⅱ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후티 반군은 지난 2019년과 2022년 드론, 미사일 등을 전방위로 동원해 사우디의 석유시설과 수도 리야드 등을 공격했다. 앞서 2017년엔 리야드의 사우디 왕궁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적도 있다. 당시 사우디 측은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후티 반군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뒤 중동 정세가 불안한 틈을 노려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각종 무기로 공격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공습에도 쉽사리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 사우디는 이처럼 세를 굳혀가는 후티 반군 세력이 궁극적으로 자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앞서 LIG넥스원·한화시스템이 2022년 1월 UAE와 35억 달러(약 4조 1800억) 규모의 천궁-Ⅱ 사업 계약서를 체결하며 중동 수출의 물꼬를 텄다. 당시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 수출”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약 1년 9개월 만에 유사한 규모의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UAE에 이어 사우디까지 한국의 방산 수출이 성사되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선 4일부터 8일까지 ‘2024 사우디 국제방산전시회(WDS)’가 개최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LIG넥스원과 한화 그룹 계열사 등 국내 주요 방산 업체들이 총출동해 현지에서 수출 계약 성사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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