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 험지 차출' 시작...서병수∙김태호에 "지역구 옮겨달라"

심새롬 2024. 2. 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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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 나설 중진 의원의 출마 지역 재배치를 시작했다. 시·도지사 출신 등 경쟁력 있는 중진을 험지로 옮기는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영환)는 6일 부산의 서병수(진갑) 의원과 경남의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에게 각각 북-강서갑,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전반적으로 여권 우세인 부산·경남(PK)의 험지이자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는 두 곳에 중진을 ‘자객 공천’으로 차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재수·서병수 의원, 김두관·김태호 의원의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장 출신 서 의원은 부산에서 5선을, 경남지사에 두 번 당선된 김 의원은 경남에서 3선을 했다. 특히 양산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고, 김두관·김태호 의원 모두 경남지사를 지냈다는 점에서 ‘빅매치’로 주목받고 있다. 공천관리위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으로서는 꼭 이겨야 하지만 정치 신인을 내보내서는 이기기 어려운 지역들이 있다”며 “각각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를 한 분들이라 부산, 경남 어딜 가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다.

서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결정을 수용할 예정이다. 그는 이미 지난 4일 공천 신청 마감 직후 “총선 승리가 중요하니 당의 중진 배치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낙동강 벨트가 매우 중요한데 지금 경남 양산과 김해, 부산 북강서갑 모두 민주당세가 더 강하다”며 “낙동강 벨트 탈환이 필요하다는 당의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수용 의지를 내비쳤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들이 당의 요청을 수용하게 되면서 ‘중진 재배치’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헌신해야 한다”며 “저도 불출마하지 않았나. 불출마가 꼭 답은 아니지만 꼭 이겨야 할 곳, 치열한 승부의 장에 실력 있고 중량감 있는 분들이 많이 나가주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공관위 안팎에선 “PK에서 중진 여럿이 희생하는 모양새가 갖춰지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에선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이 바로 옆 지역구인 사하갑으로 차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대 총선 직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건너온 조 의원은 사하을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사하갑엔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렇게 되면 PK보다 당세가 강한 대구·경북(TK), 서울 강남 지역 중진들은 뭐 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환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을에서 5선에 도전하는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을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거기도 한 번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한 게 이런 기류를 반영한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 강남을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 박진 전 장관이 동시에 공천을 신청해 여권의 최대 관심 지역구로 통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공천 부적격자 29명 확정…“현역 의원은 없어”

공관위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4차 회의를 열고 공천 신청자 849명 중 29명을 부적격 대상자로 확정해 의결했다. 부적격자는 아예 심사 대상에서 배제된다. 정영환 위원장은 “클린공천지원단이 공천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범죄 경력과 부적격 여부를 면밀히 검증했다”며 “부적격에 해당하지 않은 범죄 경력은 (향후) 도덕성 평가에서 감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에 개별 통보할 뿐 명단은 비공개다. 현역 의원 포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 위원장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등이 포함됐다.

공관위는 이날 현역 의원 대상 경선 감산 기준을 모든 지역구에 적용한다는 원칙도 재확정했다. 앞서 발표한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 감점’ 등에 일부 신청자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구·당적 변경 등을 거친 3선 한기호(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 의원과 5선의 이상민(대전 유성을)·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도 감점 대상으로 분류됐다.

정치 신인 가산점 기준도 구체화했다. 만 59세를 초과했거나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 광역부단체장을 지낸 공천 신청자는 가점 대상에서 배제한다. 다른 당 소속으로 주요 당직을 맡았거나 공직선거(당내 경선 포함)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경우, 시·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을 지낸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관위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공천 신청자 면접을 진행한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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