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영 타고 1000억 매출”…중소 K뷰티 브랜드들 흥행 비결

김경미 2024. 2. 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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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에서 고객들이 클리오 브랜드 부스를 찾아 수상 상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CJ올리브영

중소 화장품 업체들이 새로운 수출 역군으로 떠오르며 이들을 키운 K뷰티 산업 생태계가 주목 받고 있다. 대형 유통 플랫폼이 신생·중소 브랜드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뷰티뿐 아니라 패션 업계에서도 이 같은 협업이 효과를 거두며 대·중소기업의 새로운 상생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올영 ‘100억 클럽’, 절반은 중소 브랜드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전국 130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입점 업체 실적을 집계한 결과,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린 브랜드 수가 전년보다 30%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한 해 동안 CJ올리브영에서만 1000억원 어치가 넘게 팔린 중소기업 브랜드도 처음 등장했다. 색조 브랜드 클리오와 선크림으로 유명한 라운드랩이 그 주인공이다.

팬데믹 이전까지 CJ올리브영의 인기 상품 대부분은 국내외 대형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튜브 등 SNS 입소문 마케팅에 힘입어 중소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CJ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린 브랜드 중 절반(51%)은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일 정도다. 2020년에는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 중 4개만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넘버즈인, 닥터지, 롬앤, 메디힐, 토리든 등 7개로 늘었다.

국내에서 검증된 중소 뷰티 브랜드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에서도 인기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1위 품목은 화장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초 연 2조원대였던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약 11조원으로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소수 대기업이 수출을 주도한 과거와 달리 중소 브랜드의 약진 영향이다. 중소 K뷰티 기업들은 지난해 수출액 54억 달러(약 7조1739억원)를 기록해,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 역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신재민 기자


중소 K뷰티 키우는 대형 플랫폼


중소 뷰티 브랜드의 경우 1~2인이 상품 개발·마케팅을 겸하고 자사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다보니 매출 규모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대형 플랫폼들이 이들 중소기업 제품을 입점시키면서 브랜드 육성 기관(인큐베이팅)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달 CJ올리브영은 올해부터 3년간 총 3000억원을 투입해 신진 뷰티 브랜드 발굴과 해외 진출을 돕는 상생 경영안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입점 브랜드의 상품 기획부터 연구개발(R&D), 영업·마케팅 등 전 과정을 도울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리브영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중소 브랜드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질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키워 K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인기에 중소 패션기업도 성장


무신사의 오프라인 플래스십 스토어 ‘무신사 홍대’. 사진 무신사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매출 100억원이 넘는 단일 브랜드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무신사스토어 매출 상위 100개 브랜드 중 80%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다. 2016년 김다인 디렉터를 주축으로 출범한 마뗑김을 비롯해 그로브, 스탠드오일 등이 무신사와 함께 성장한 대표 브랜드. 온라인에서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한 무신사는 서울 홍대, 대구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현재 무신사 온라인몰에 입점한 국내외 브랜드는 약 8000개. 이 중 150~200여개가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와 있다. 무신사는 중소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 채널 매력도를 높이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플랫폼 업체의 경우 중소 브랜드 육성을 통해 유통 채널로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뷰티업계는 대기업이거나 아예 영세한 브랜드로 양극화 돼 있다”며 “플랫폼 기업을 통한 동반 성장이 업계 전체가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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