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서 수능 공부"…의대 정원 확대에 입시 판도 흔들린다
" 이미 1, 2학년 학생들이 휴학이나 자퇴를 하고 의대로 가는 상황에서 (의대) 쏠림이 더 심해지겠네요. "
서울대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대학 입시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의대에 가려는 N수생이 늘어나면서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대 증원에…“대학 강의실서 ‘수특’ 편다”
입시업계에선 당장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N수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입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서울·연세·고려대의 자연계 일반학과 91개 중 의대 지원이 가능한 점수대의 학과는 26개(28.6%)였다. 정부의 발표대로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날 경우 의대 지원 가능 학과는 62개(68.1%)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과거 점수가 부족해 의예과 대신 자연계 일반학과에 진학한 학생 중 상당수가 올해 똑같은 수능 점수를 받더라도 의대 진학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 내 주요 10개 대학의 학생들이 등록만 해놓고 반수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캠퍼스에서 수능특강 문제집을 펴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대 합격선이 낮아지면서 다른 최상위권 학과까지 도미노 현상으로 합격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학원은 정원 확대로 인해 의대 정시 합격선이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 점수(300점 만점) 기준 285.9점에서 281.4점으로 평균 4.5점이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수능 성적 상위 3~4%대의 학생을 받아 가르치다가 이제는 10%대의 학생들을 받아 가르쳐야 한다는 학력 저하 우려가 크다”고 했다.
메디컬 연쇄 이동 가능성…“치의대·한의대 이탈 예상”
호남권의 한 의대 학장은 “지방 의대에서는 반수하려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라며 “우리도 서울에서 온 친구들이 3분의 1 정도 되는데, 다 휴학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의대와 입학 성적이 비슷한 치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에서도 이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인재전형 위주로 정원 늘어…‘지방 유학’ 현상 생기나
지역인재전형은 의대가 소재한 인근 지역의 고교 출신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2028학년도부터는 출신 중학교까지 제한 조건이 확대된다. 임성호 대표는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지역에 내려가는 초등학생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에게 3월 중순까지 증원 배분 수요를 받고, 복지부와 별도 기구를 꾸려 심사를 거친 뒤에 대학별 배분 규모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전망이다.
의대 입시 열풍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만기 부사장은 “향후 수년간 의대 열풍 내지는 광풍이 불겠지만, 점차 수그러들 것”며 “의사 공급이 확대되면서 급여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대 지원 경향이 다소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이후연·채혜선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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