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vs 반윤 인물…한동훈·이재명의 '새 피 수혈' 전략

전민구 2024. 2. 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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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왼쪽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 참석해 류삼영 전 총경에게 당 점퍼를 입히고 있다. 중앙일보·연합뉴스


새 인물의 적재적소 투입은 4·10 총선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통한다. 그런 만큼 여야 모두 새 피 수혈에 공을 들였는데, 여야의 인재 영입 전략이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대패한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현역 의원이 적어 신인에게 떼어줄 지역구도 상대적으로 많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8일 범죄 심리학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6일 현재 29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11일 기후변화 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를 ‘1호 인재’로 영입한 민주당은 이날까지 14명의 영입 인재를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2배가 넘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인재 영입 전략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각 분야 전문가 유치에 방점을 찍었다면, 민주당은 ‘반윤(反尹) 전선’ 확장에 부합하는 인물을 주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영입 인재의 전문 분야는 다양하다. 이수정 교수는 안전·여성, 육아 서적 베스트셀러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아동·보건·저출산,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는 방송·언론,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경제·경영, 전상범 전 부장판사는 법조,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는 문화·체육 분야의 전문가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 관계자는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각계각층 인물을 모셔왔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유능한 정당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민 기자


이런 인재 영입 스타일은 여권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 표심을 파고드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이념이 아닌 전문성에 집중한 것은 중도층에 어필하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인물 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 선거에 반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29일 하정훈 원장과 진양혜 전 아나운서 등의 인재 환영식에서 “이런 멋진 분들이 오는 정당이 돼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힘이 이길 것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고위직 출신인 이른바 ‘용핵관’이 서울 강남과 영남 등 여권 우세 지역에 주로 출마하는 것과 달리 영입 인재들은 험지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지난 4일 공개된 국민의힘 지역구 공천 신청자 현황에 따르면 호준석 전 YTN 앵커(서울 구로갑), 전상범 전 판사(서울 강북갑), 이수정 교수(경기 수원정), 한정민 전 삼성전자 연구원(경기 화성을), 강철호 전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경기 용인정), 박상수 변호사(인천 서갑) 등 영입 인재 8명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 버티는 수도권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박경민 기자


반면, 이번 총선을 ‘정권 심판론’으로 돌파하려는 민주당은 반윤 색채가 뚜렷한 인사 영입에 집중했다.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려 하자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하며 반발한 류삼영 전 총경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9일 영입식에서 “30년간의 경찰 민주화, 정치적 중립의 성과가 윤석열 정권의 등장으로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11호 영입 인재인 이지은 전 총경도 경찰국 설치에 반대한 인사다. 2012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경감 시절엔 검사의 경찰 출석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당시 선글라스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달 24일 영입한 김남근 변호사도 윤석열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각각 집행위원장과 부회장을 지냈다. 그는 환영식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민생 파탄을 저지할 민생 경제 개혁의 대표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13·14호 영입 인재인 이훈기 전 OBS 기자와 이명박 정부 때 해직됐던 노종면 전 YTN 기자도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출신이다. 이 전 기자는 “윤석열 정권은 치부를 감추기 위해 방송 장악을 서슴없이 추진한다”고 했고, 노 전 기자는 “윤석열 정부는 언론 시계를 1980년대로 되돌렸다”고 주장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8호 인재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도 여권의 이승만 전 대통령 띄우기에 맞서는 성격이 강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힘의 인재 영입은 대중적인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민주당은 반윤 전략인 게 명확해 보인다”며 “실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국민의힘 인재가 중도층에 어필할지, 민주당 인재가 반윤 전선 확대에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구·김정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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