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의대 증원 확정…의·정 전면 대치
의협·서울시의사회, 비대위 소집…파업 돌입 예고
복지부, 보건의료 위기단계 격상…강경대응 맞불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2000명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료계와의 전면 대치가 불가피해졌다. 의료계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나 시민단체의 시선은 냉담하다.
이번 발표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전부터 정부와의 의료현안협의체, 보정심 논의 자리를 외면하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결국 의대 정원 규모가 확정되자 ‘총파업’ 카드를 들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할 경우 의협은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발표가 난 직후 이 회장은 회장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총회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던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도 “어제 긴급 상임이사회를 통해 이윤수 의장을 선봉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를 포함해 개원의, 교수들이 모두 함께하는 투쟁을 갖고 이번 정책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비대위는 오는 15일 16개 시도의사회 공동 집회의 일환으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2일 오후 9시 온라인 임시 대의원 총회를 갖고 파업 등 의료현안을 상의하기로 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현재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일 대전협은 전국 1만5000여명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대 증원에 따른 총파업 등 단체행동에 88.2%가 참여한다고 전했다.
잇단 단체행동 소식에 시민·환자단체의 눈총은 따갑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으로 붕괴 위기의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집단 진료 거부까지 불사하겠다며 대국민 협박을 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원정 진료로 대표되는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고자 한다면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 계획을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도 공동 성명서에서 “많은 국민이 의사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단체는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료계 눈치 보느라 정책이 후퇴되거나 지연된다면 민심은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치권에서는 환영과 우려가 뒤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6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단순 의대 확대로는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며 “지역의사제와 국립의전원법이 함께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축소 사회를 대비해 고통 속에 모든 것을 줄여가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한 번에 70%를 늘려야 하느냐”며 “의대 정원이 1만 명이 돼더라도 비인기과와 지방에 대한 수가 조정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와 개원의들이 총파업에 나설 경우 업무복귀 명령 등 강경 대응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총파업에 대비해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조정할 방침이다. 의사들이 집단 휴진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업무개시 명령서를 휴진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달하고, 명령 위반자에 대해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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