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수수료 7000억 챙긴 ‘5대 은행’...비정규직 늘리고 점포 줄여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yvlly@naver.com) 2024. 2. 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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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고객 손실률 53.1%...7조 달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 3년 동안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을 대거 팔아 약 70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ELS 판매 수수료를 통해 총 6815억7000만원 이익을 얻었다.

서울의 한 거리에 주요은행 ATM기기가 설치되어있다. (매경DB)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의 흐름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은행들은 주로 증권사가 설계·발행한 ELS를 가져와 신탁(주가연계신탁·ELT)이나 펀드(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위탁 판매해 왔다. 특히 H지수가 1만2000을 넘어 최고점을 찍은 2021년, 관련 ELS의 판매 호조로 2806억9000만원의 이익을 냈다. 2022년과 지난해 3분기에도 각각 1996억9000만원, 2011억9000만원을 챙겼다.

그러나 상당수 ELS 가입자는 원금 회수를 걱정해야 할 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 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급락하면서 E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불어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분쟁조정과 민원 신청 건수도 3000건에 육박했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중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다. H지수를 시초로 한 ELS는 통상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가입 당시보다 H지수가 70% 아래로 떨어질 경우 하락률만큼 손실을 보는 구조다.

올 상반기 만기가 집중된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지만 현재 5200~5300대로 주저앉았다. H지수가 5000 아래로 떨어진 지난 1월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58.2%)은 거의 60% 달했다. 지난 2월 2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것은 총 7061억원어치로, 평균 손실률은 53% 수준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제는 상반기에는 10조2000억원, 올해 전체로 15조400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이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지수의 ELS 손실이 임박하자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해 11월 관련 상품을 중단했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큰 국민·신한·하나은행은 기초자산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ELS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초부터 원금 보장이 되지 않은 ELS를 팔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중 은행이 영구적으로 창구 ELS 영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지는 미지수다. 은행 비이자이익에서 ELS 관련 수익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비이자이익에서 ELS 수수료 이익은 5.7%를 차지했다. 비이자이익은 외화·신탁·신용카드·뱅킹(이체)·방카슈랑스·펀드 등을 통해 얻는 수수료 이익이다.

5대 은행, 1년 새 임직원 650명 감축
시중은행이 수익 창출에 고심 중인 가운데 임직원을 감축하고 점포 개수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총임직원 수는 7만300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7만3662명)보다 0.9% 감소했다. 지난 4년간 총임직원 수는 4600명가량 줄어들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 움직임도 보인다. 5대 은행이 국내에 설치한 지점과 출장소도 전년(4010곳)보다 2% 줄어든 3931곳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854곳→794곳 ▲농협은행 1119곳→1107곳 ▲신한은행 725곳→722곳 ▲우리은행 714곳→711곳 ▲하나은행도 598→597곳 등으로 줄였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나는 등 고용 안정성이 후퇴하는 모습이다. 지난 4년간 5대 은행의 비정규직 수는 6782명에서 8083명으로 1304명 늘었다.

2022년 3분기 말부터 지난해 3분기 말까지 하나은행의 비정규직은 1010명에서 1353명으로 34%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KB국민은행은 2.7%, 우리은행 2.8%, NH농협은행 1.1% 등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신한은행은 1018명에서 913명으로 오히려 10.3%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 증가 배경에 대해 “디지털 ICT(정보통신기술)와 연금 부문 등의 전문 인력 수요에 따른 경력직 수시채용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을 지점 감사 업무 등을 위해 다시 채용한 경우 비정규직 증가 요인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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