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으로 ‘강대강’ 충돌…의협 지도부 총사퇴, 정부는 비상대응
정부가 6일 내년부터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협상 기조를 유지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가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증원을 강행했다며 총파업을 예고했고,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불법”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으로 맞섰다.
양측은 증원 규모가 발표되기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할 경우, 의협 집행부는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에 들어가겠다”며 “지난 12월 실시한 회원 대상 파업 찬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의대 증원안이 발표된 후 회원들에게 “작금의 모든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의 “독단적 정책” vs 정 “의견 요청에 답 없어”
증원 규모 발표를 앞두고 이날 오전 마지막으로 열린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도 의협 측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통보는 독단적 정책의 극치(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라고 주장했다. 의협 측은 이런 입장만 밝힌 뒤 4분여만에 자리를 떴고, 회의는 파행했다.
반면 복지부는 “일방적 결정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복지부가 지난달 15일 의협에 적정 증원 규모에 관한 의견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답이 오지 않았고, 지난 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필수 분야 수가 인상,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 의료계가 증원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온 사항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의협 측 퇴장 후 협의체 회의 자리에 남아있던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는 의협에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뒤 오랫동안 기다렸으나, 의협은 끝까지 답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의사단체와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추진’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설 직후 투쟁”…정부 “법과 원칙 따라 조치”
의료계의 총파업은 설 연휴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필수 회장은 “당장 설 연휴 기간에 (파업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다만 설이 끝나고 나면 바로 비대위 구성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파급력이 큰 전공의들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12일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대전협은 지난 5일 전체 전공의 1만5000여명 중 1만여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88.2%가 전공의 단체 행동에 찬성했다며 파업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는 의료계 파업이 현실화되면 법에 따른 원칙대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집단 휴업 등에 나선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렇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에게는 지난해 5월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면허 취소 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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