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내가 더 아프다' 사사건건 싸우는 부부의 비난 배틀
[이준목 기자]
가족의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바라보는 궁극적인 마음은 동일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고집과 트라우마에 갇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주려 하지 않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월 5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63회에서는 '대화만 하면 불꽃이 팍팍, 스파크 부부' 편을 통하여 사소한 일로도 매일같이 치열한 언쟁을 벌이는 한 부부의 사연을 조명했다.
45세 장동경-39세 설희정 부부는 결혼 5년 차로 양산에서 거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과거 남편은 아내에게 연거푸 거절 당하면서도 무려 3번이나 끈질기게 구애를 한 끝에 결국 마음을 얻었다는 집념의 러브스토리를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현재의 부부는 매일같이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벌이며 심각한 불화에 빠져있었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나 남편 모두 이구동성으로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그 책임을 두고서는 서로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며 극명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놀랍게도 부부는 촬영 내내 같이 있으면 오디오가 비는 틈이 없을 만큼 끊임없이 말싸움을 벌였다.
부부는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첫째는 아내가, 둘째는 남편이 케어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누어지면서 가족이 따로 움직이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남편은 아내가 첫째만 챙기고 둘째에는 무관심하다며 아이들을 차별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둘째를 데리고 있었기에 믿고 자신은 첫째에만 집중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만일 남편이 당시에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아이를 바꿔서 데리고 있자고 이야기했으면 자신도 당연히 응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오히려 아내는 불만이 있으면그때 바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엄마의 역할'을 운운하며 자신을 비난부터하는 남편의 대화 방식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부부의 대화 주제는 어느새 육아에서 시댁 문제로 옮겨갔다. 남편은 뇌출혈로 치료를 받다가 최근 6개월 만에 퇴원한 어머니에 대하여 며느리인 아내가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며 항변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번에도 "사람으로서 도리를 안 한 것이다. 우리 엄마한테 뭘했나"며 비난 섞인 질책을 이어갔다.
사실 남편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시댁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정이 앞서서 아내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남편의 공격적인 발언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왔다. 부부는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대화를 할수록 언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아이들은 승용차 뒷좌석에서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겁에 질려 있어야 했다.
결국 남편은 아내만 집에 남겨두고 아이들과 함께 시댁으로 향했다. 저녁 늦게 귀가한 남편과 아내는 또다시 3라운드를 벌였다. 남편은 이번엔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을 간단하게 식사를 시키고 빨리 재웠어야 했다며 시간이 늦어진 것을 두고 또다시 아내를 탓했다. 아내는 저녁 시간이라 시댁에서 식사를 하고 올 줄 알았다고 반박했다.
남편은 육아에서 시댁문제까지 아내가 먼저 알아서 세심하게 챙겨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과 관계가 악화되면서 자연히 시댁과도 소원해진 것이라며 문제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시부모님과의 갈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지극히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계속되는 부부의 언쟁은,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인정'은 없이 그저 끝없는 비난의 도돌이표만 거듭했다.
지켜보던 오은영도 "거의 모든 안건에 대해서 사사건건 부딪히고 다툰다. 이래서 살수가 있나"라며 부부의 역대급 비난 배틀에 혀를 내둘렀다.
오은영은 "일상생활 영상이 부부의 실제 생활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내는 "남편은 평소와 달리 화를 많이 참았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있었다"고 답했다.
반면 남편은 오은영의 질문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계속 중언부언 늘어놓다가 연거푸 지적을 당했다. 남편은 그제서야 "실제의 모습이 맞다"라고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아내는 2, 3개월 전보다 굉장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좀더 온화하고 제 말을 경청해주는 편이었다면 갑자기 확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내는 "원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는 편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상처주는 말을 여러번 하고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서 참다가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아내는 주어지는 일은 잘 해내지만 상황에 따른 유연한 판단이나 대처가 안 되는 편"이라고 지적하며 조심스럽게 '사회적 경험의 부족'을 언급했다. 아내는 어릴적부터 부모님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만 하는 성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은영은 남편에게 "아내가 일부러 도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없어서 상황에 따른 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하며 아내가 '남편이 말하면 수용했을 것'이라고 했던 대목을 주목했다. 남편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아내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랬지만, 아내는 정작 "남편이 왜 화를 내는지 몰랐다"면서 "이제는 왜 화내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고 얼어붙은 마음을 털어놓았다.
한편 남편은 자꾸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하여 영상에서 보여진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외부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결혼 이후 아이가 생기면서 남편은 아내의 제안에 따라 처가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다. 아내는 육아와 직장 복직 문제로 친정의 도움을 필요로 했고 아이들과 사실상 처가에서 지내는 동안, 남편은 1년 가까이 홀로 기러기 아닌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해야만 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던 남편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고. 남편은 아이들이 "네 식구가 사는 우리 집을 '아빠 집'이라고 표현하더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부부는 아내와 아이들을 처가에서 양육하는 문제를 두고 또다시 말싸움을 벌였다. 아내는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혼자 돌보기 힘든 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남편은 "힘들어도 가족이라면 친정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있는 게 맞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부부의 대화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화가 한 가지 주제로 꾸준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자꾸 감정 섞인 말꼬리잡기 식으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이 본인이 못마땅한 부분이 있으면 꼬투리를 잡아서 논점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속사포같은 대화는 듣는 이들도 파악이 안 될 만큼 정신없이 중구난방으로 흘러갔다. 급기야는 서로에게 해선 안 될 말까지 선을 넘고 말았다.
아내가 불안해하는 또다른 이유는 술을 마시면 돌변하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술을 마시면 더욱 대화가 안 되고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내는 부부의 싸움이 절정에 당하면서 벌어진 '폭력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아내는 술을 마신 남편이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요구에 갑자기 화를 내며 흥분하더니, 폭언을 하고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찍으며 위협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 이후로 아이가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또한 아내는 흥분한 남편을 피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려고 했으나, 이를 가로막는 남편이 자신을 밀쳐내어 넘어졌고 아찔한 순간을 언급했다. 당시 경찰까지 출동했을 만큼 부부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겨준 사건이었다.
남편의 해명은 이랬다. 사건 당일날 집의 하수관이 막혀서 오물까지 뒤집어쓰며 작업을 했던 남편은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간신히 늦게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첫째와 이야기 중이라며 별로 바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요구에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고백했다.
또한 남편은 당시에는 술을 마셔서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적극 반박했다. 아내를 밀친 상황에 대해서는 아이를 데려가려는 아내와 실랑이를 하다가 아이를 뺏고 난 후 아내를 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홈캠으로 촬영되어 있던 당시의 장면을 확인했다. 부부의 요청으로 해당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출연자들은 해당 장면을 보고 모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꽤 심각한 상황이었음을 짐작케했다. 자료 화면을 확인한 남편은 비로소 "폭력을 가한 부분은 제가 잘못했다"고 인정했다.
출연자들은 부부가 둘 다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같으면서도 사소한 일에도 사사건건 양보없이 부딪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은영은 "소통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부부가 서로가 바라는 마음을 이해하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지가 없다면 이혼하시라"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부부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화두로 먼저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볼 것', '아내는 왜 이렇게 친정에 의지할까', '남편의 술문제'의 세 가지 화두를 언급했다.
알고보니 부부는 각자 어린 시절 가정에서 많은 아픔을 겪으며 자랐다. 남편은 어릴 적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면서 주변 친적들의 구박을 받았다. 그래서 온전히 단란한 나의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아내는 딸과 아들을 차별하는 부모님으로 인하여 상처를 받아야 했다. 아들은 '성공'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친정 부모는 딸에게는 본명 대신 내내 '실수'라는 멸칭으로 호명했다고 폭로하며 충격을 안겼다.
이에 오은영은 인간의 본성인 '의존적 욕구'를 거론하며 손주들을 정성껏 돌보는 친정 부모의 모습을 통하여 아내가 어린 시절 받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친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에게 "어떤 이유에서는 폭력은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음주가 잦은 남편을 위하여 "술을 마시면 감정조절이 힘들어진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힐링리포트에서 오은영은 "부부는 서로 어릴적에 마음속에 자리잡은 아픔이 건드려졌을 때 서로의 아픔을 볼 여력이 없는 것 같다"고 총평하며 '내가 더 아파'만 내세우는 두 사람의 단절된 대화 방식을 꼬집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솔루션으로 '대화를 할 때 주제를 정하고 한 번에 한 가지 이야기만 할 것'을 조언했다. 필요하다면 화이트보드를 구매해서 주제와 요점을 정리해가면서 이야기하라는 팁을 전했다.
또한 "말할 때 규칙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부는 대화할 때 하고 싶은 말을 동시에 한다. 결국 서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오은영은 남편에게는 '술을 마시면 대화하지 말고 방으로 직행할 것', 아내에게는 "가정에서 기본적 도리에 대하여 남편과 합의하여 공통의 기준을 만들어보라"고 덧붙이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볼 것을 주문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남편은 "그동안 너무 무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좀더 부드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울컥한 아내는 눈시울을 붉히며 "오빠한테 부족한 점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까 내 마음을 알아주면, 나도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부는 갈등해결을 위하여 부부상담을 시작했다는 후일담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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