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남은 대선 돌연 연기…'민주주의 모범국'에 최루탄 터졌다

임주리 2024. 2. 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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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가 세네갈에서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가 연기된다는 발표가 나오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쿠데타 벨트'라 불릴 정도로 불안정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보루'로 꼽혀왔던 세네갈의 이같은 혼돈에 주변국들의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서아프리카 국가 세네갈에서 대선 연기 발표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세네갈 전역에서 대선 연기 발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마키 살 현 대통령을 “독재자”라 부르며 항의 중이며, 분노한 야당 정치인들과 야권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최루탄을 쏘는 경찰과 충돌했다고 CNN은 전했다.

시위는 커지고 있지만 정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세네갈 통신 당국은 “소셜 미디어에서 증오 메시지 등이 퍼져 공공질서가 무너질 위협이 있다”며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위대는 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마키 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열고 오는 25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선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말 발표된 대선 최종후보 20명 명단에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우스만 송코 파스테프당 대표와 압둘라예 와드 전 대통령의 아들인 카림 와드가 빠졌다. 이 때문에 야당 탄압 논란이 일자 살 대통령 측은 “혼란을 빌미로 선거 전후 소송이 제기되면 선거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대선 연기를 선언했다.

서아프리카 국가 세네갈에서 대선 연기 발표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CNN은 “야당 지도자 우스만 송코와 카림 와드는 세네갈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대선 연기를 두고 파스테프당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란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선 연기뿐 아니라 실업 문제 등에 대한 불만도 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살 대통령은 3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세네갈의 시위가 격해지자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와 아프리카연합(AU) 등은 세네갈 정부에 “가능한 한 빨리 대선을 실시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세네갈 의회는 대선을 6개월~1년 연기하는 내용이 담긴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안건의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이미 세네갈 사회는 대혼란에 빠졌다는 것이 여러 외신의 진단이다.

세네갈은 1960년 독립 이후 쿠데타를 겪지 않아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불려온 나라다. 가디언은 “쿠데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세네갈은 ‘민주주의의 보루’로 불려왔지만, 이 명성이 크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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