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생 이정현-하윤기의 눈부신 동반 성장

이준목 2024. 2. 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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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활약 펼치며 팀 상승세 주도... MVP 경쟁 후보로까지 급부상

[이준목 기자]

▲ 이정현 돌파 5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고양 소노와 수원 kt의 경기에서 소노 이정현이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인드래프트 동기이자 99년생 동갑내기 'MZ 듀오' 이정현(고양 소노)과 하윤기(수원 KT)가 연일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데뷔 3년 차 만에 각각 자신의 포지션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선 데 이어 MVP 경쟁 후보로까지 급부상했다.

두 선수는 지난 2월 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5라운드' 고양 소노와 수원 KT의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포지션이 달라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은 적었지만 팀의 에이스로서 두 선수의 활약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었다.

이정현은 38분 55초를 소화하며 팀내 최다인 27점(3점슛 3/8)에 9어시스트 3리바운드 5스틸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하윤기는 40분 풀타임을 출전하며 25점 8리바운드를 올렸고 야투 15개를 시도하여 무려 11개를 성공시키는 높은 효율성을 발휘했다. 경기는 접전 끝에 KT의 92-89 승리로 끝났다.

이정현은 시즌 중 어깨 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약 한 달 가까이 결장했다. 올해 1월 5일 복귀한 이후 10경기에서 평균 20.1득점과 7.6어시스트로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팀의 1옵션 외국인 선수 치나누 오누아쿠(18.8점)을 능가하는 기록이다. 대부분의 팀에서 외국인 선수가 에이스를 맡고 있는 KBL에서 국내 선수가 사실상 1인자로 활약하고 있는 것은 이정현의 소노가 유일하다.

하윤기는 빅맨이라는 포지션 특성상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을 이루는 경우도 많다. KT의 에이스 패리스 배스가 걸출한 공격력에 비하여 정통빅맨이 아니다보니 힘 좋은 외국인 선수들과의 매치업에서는 다소 고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하윤기는 적절한 도움수비로 오누아쿠를 견제하는 한편, 공격에서는 적극적인 페인트존 공략으로 자신의 마크맨이던 김민욱의 5반칙 퇴장을 유도했다. 4쿼터에는 무려 두 차례나 호쾌한 덩크슛을 작렬하며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용호상박' 두 선수의 활약

두 선수는 올시즌을 기점으로 실질적인 팀 에이스의 역할을 물려받았다. 소노는 전성현이 허리부상으로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하다. KT 역시 허훈이 코와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 막바지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팀이 꾸준히 순위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이정현과 하윤기의 존재 덕분이라는 평가다.

시즌이 어느덧 후반기에 접어든 가운데, 이정현과 하윤기는 나란히 유력한 정규시즌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올시즌 국내 선수 중 개인 성적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현은 시즌 평균 주요 기록은 20.4점, 6.4어시스트, 1.8스틸, 경기당 3점슛 2.7개를 기록중이다. 하윤기는 16.7점, 7리바운드, 야투율 58.7%을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는 나란히 국내 선수 득점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하면 이정현이 전체 6위, 하윤기가 9위로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린 국내 선수는 이 두 사람이 유이하다.

특히 이정현은 2010-11시즌 귀화선수 문태영(은퇴) 이후 무려 13년 만에 '국내 선수 시즌 평균 20득점' 고지에 도전하고 있다. 평균 15점 이상을 넣는 국내 선수도 많지않은 KBL에서 '토증 스코어러'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는 크다. 여기에 어시스트와 스틸 부문도 전체 2위로 원주 DB의 필리핀 아시아쿼터 선수인 이선 알바노(6.8 어시스트)와 KT 문성곤(2.0 가로채기)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어서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
 
▲ 하윤기 돌파 5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고양 소노와 수원 kt의 경기에서 kt 하윤기가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하윤기는 리바운드 부문에서 국내 선수 중 1위(전체 11위)다.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이 가능하고 심지어 공수를 겸장한 토종빅맨이 많지 않은 KBL에서 하윤기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팀성적이 좋지 않은 이정현의 소노와 달리, KT는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어서 MVP 경쟁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팀성적 프리미엄'도 하윤기가 크게 앞선다.

소노는 이정현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현재 13승 26패로 9위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4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6위 울산 현대모비스(20승 18패)와의 격차가 7.5게임차로 벌어지며 현실적으로 6강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려워졌다. 프로농구 역사상 6강 진출에 실패한 팀에서 정규리그 MVP가 나온 경우는, 2008-09시즌 7위를 차지했던 안양 KT&G(현 정관장)의 주희정(고려대 감독)이 유일했다. 이정현이 올시즌 부상으로 10경기나 결장한 것도 걸림돌이다.

리그에서 활약을 인정받은 이정현과 하윤기는 최근 발표된 남자농구대표팀 명단에도 나란히 승선했다. 두 선수는 안준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고 나서는 첫 무대인 국제농구연맹(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예선에 출전할 농구 대표팀 최종 12인에 포함됐다. 라건아와 김종규 등 일부 베테랑을 제외하면 20대의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표방한 젊은 대표팀에서 프로 3년 차인 '99년생 듀오'가 새로운 중심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스타 발굴에 목마른 한국농구에서 모처럼 등장한 두 젊은 스타의 성장은 리그 흥행과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에 모두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두 선수가 부상이나 슬럼프없이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선배들의 뒤를 잇는 KBL 간판 스타의 계보를 이어가기를 팬들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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