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리스크', 실언 탓?…트럼프 '수퍼볼 인터뷰' 피한 바이든 저격

강태화 2024. 2. 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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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미식축구 결승전 ‘수퍼볼’ 관련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를 재차 부각하며 공세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년차이던 2021년 7월 백악관에서 열린 탬파베이 버캐니어스 미식축구팀 수퍼볼 우승 기념식에서 브루스 애리얼스 감독(오른쪽 두번째), 쿼터백 톰 브래디(오른쪽)와 함께 유니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자신의 SNS에 “비뚤어진 바이든이 수퍼볼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훌륭한 결정”이라며 “그는 두 문장을 합칠 수도 없고, 내가 그를 대신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일 수퍼볼 직전 관행처럼 해오던 대통령 인터뷰를 거부한 걸 비판한 말이다.

현직 대통령의 수퍼볼 인터뷰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때부터 사실상 관행이 됐다. 지난해 수퍼볼 시청자는 1억 150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통령에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후 첫 2년 간 수퍼볼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다 지난해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수 성향의 FOX가 중계를 맡자 이를 명분으로 인터뷰를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백악관에서 열린 수퍼볼 챔피언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초청 행사에서 선물받은 유니폼을 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그런데 올해 중계사는 FOX가 아니라 CBS다. 바이든은 앞서 2021년 CBS가 중계한 수퍼볼 인터뷰에 응했다. 또한 최근 그의 사실상 마지막 단독 인터뷰는 CBS의 간판 프로그램인 ‘60분’이었다.

때문에 이번 인터뷰 거부는 딱히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악관 측도 “시청자들이 수퍼볼을 즐겁게 시청하기를 바란다”며 인터뷰 거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중반 이후인 지난해 수퍼볼 인터뷰 전후부터 기자회견은 물론 특정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소극적이다. 시기적으로 각종 말실수로 인해 고령 리스크가 부각된 때와 거의 겹친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부인 질 여사가 2021년 2월 7일(현지시간) 미 프로풋볼(NFL) 최강자를 가리는 제55회 수퍼볼이 열린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 모인 관중과 시청자들에게 화상으로 인사하고 있다. EPA


바이든은 지난해 9월 베트남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약식 회견 이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5개의 제한된 질문을 받았는데, 첫 2개의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의 TV인터뷰는 지난해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추수감사절과 새해 전야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 마지막이다. 부부가 함께 출연했기 때문에 정치 현안을 묻고 답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의 언론 인터뷰는 지난해 10월 CBS의 ‘60분’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평가된다.

바이든은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선 ‘한·미·일 동맹’에 대한 질문에 “한국의 ‘룬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룬’으로 잘못 말했다. 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수차례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이밖에 한국(남한·South Korea)을 남미(South America)로 잘못 부르거나, 프롬프터에 나온 숫자 ‘8(eight)’을 “E, I, G, H…”라고 읽었다가 정정한 적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는 11일 수퍼볼 인터뷰를 거부한 채 11월 대선의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로 꼽히는 네베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은 취임 3년간 86번의 언론 인터뷰를 했다. 같은 기간 트럼프 전 전 대통령은 300회, 오바마 전 대통령의 422회 인터뷰에 응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트럼프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재차 “그(바이든)는 그것(인터뷰)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즉각 (바이든에게) 토론을 요청하고 싶다. 우리는 미국을 위해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러한 도발에 “내가 그(트럼프)라도 나와 토론하고 싶을 것 같다”며 “그는 그 외에 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기자단이 전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와의 토론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2020년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와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간의 TV 토론회. 연합뉴스

한편 81세의 바이든과 77세인 트럼프 모두에 대해 고령 리스크를 제기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마침내 트럼프가 토론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을 보게 돼 기쁘다”며 “트럼프는 남자답게 헤일리와 토론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토론에 소극적인 바이든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도 지금까지 공화당 경선 토론에 참가하지 않았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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