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떼죽음 화면, 의도 있다"... MBC 후쿠시마오염수 보도 중징계

방심위 방송소위, 뉴스데스크 건 법정제재 결정... MBC측 "통상적인 자료화면 사용"

[신상호 기자]

▲ 인사말 하는 류희림 방심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가 MBC 뉴스데스크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보도를 법정 제재하기로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MBC가 앵커 뒷화면에 '물고기 떼죽음' 화면을 잠깐 활용한 것을 두고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몰아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후속 보도한 방송사에 대해서도 무더기 중징계가 예고된 상태다.

"물고기 떼죽음 배경화면, 의도 없다고 할 수 있나"

방송소위는 6일 오전 제4차 정기회의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2023년 10월 3일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보도(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 내일부터 7천8백톤)에 대한 MBC 측 의견 진술을 진행하고 법정 제재인 경고를 결정했다.

법정 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이 되는 '중징계'로 분류되며,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날 중징계 결정 역시 야당 측 위원(윤성옥)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측 위원들만의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10월 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 보도를 하면서, 앵커 뒷배경 화면을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 당시 자료 화면을 썼다. 중국 CCTV가 1차 오염수 방류 당시 후쿠시마 부두에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한 상황을 촬영한 화면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장면을 앵커 배경화면으로 쓴 것이 의도가 있다고 추궁했다.

대통령 추천 이정옥 위원은 "이것이 2차 방류 때 사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앵커 배경에 사진을 게재한 것에 대한 해명이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박범수 MBC 뉴스룸취재센터장은 "통상적인 자료 화면을 사용하는 과정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일날 화면을 사용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료 화면 특성상 어려운 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 위원은 "신문으로 치면 타이틀, 제목이 중요하다, 모든 사안과 스토리와 이슈를 총망라해서 함축적으로 뒤 사진과 제목을 쓴 것"이라며 "리포트 내용에 없는 것이 제목이 있다고 하면 틀린 거 아닌가, (기사 내용에) 없는데 넣었다는 게 문제"라고 몰아붙였다.

류희림 위원장은 "리포트 본문에도 없는 화면을, 일절 나오지 않는 화면을 저렇게 쓴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시청자들의 수준에서 볼 때, (앵커 배경화면을) 보는 순간 강력한 영상 이미지, 고기가 저렇게 죽었구나를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그게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이 "어떤 특정 의도를 가지고 치밀하게 계산을 해서 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류 위원장은 "그렇다면 쓰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리포트 본문에 없는 내용을, 본문에 없는 그림을 그렇게 앵크 배경 화면으로 찾아서 쓴 거는 공영방송이 과연 해야 됐을 일인가, 그런 측면에서는 책임을 이렇게 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법정 제재(경고) 의견을 냈다. 심의위원 2명도 류 위원장과 같은 의견을 내면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법정제재가 결정됐다.

방송소위는 이날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또다시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앞서 방송소위는 지난달 30일 윤미향 의원 사건을 수사한 검사 실명을 공개하면서 무리한 수사를 비판한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법정제재(경고)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 법정제재가 결정된 것은 것은 지난해 10월 24일 방송분이다.

당시 진행자인 신 변호사는 '신장식의 오늘' 코너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순직한 고 홍정기 일병 사안과 관련해 한동훈 장관이 국가배상법 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법무부는 국가배상법 개정안 입법예고가 이뤄졌다고 반박했고, 이후 MBC는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달랐고, '인면수심' 등 극단적인 표현으로 비판했다는 점을 들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바이든-날리면' MBC·KBS· TBS도 중징계 예고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서도 중징계가 예고됐다. 심의위는 이날 MBC 뉴스데스크(2022년 9월26일~29일), MBC 뉴스데스크(2022년 9월30일, 10월3일~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022년 9월26일~30일),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2022년 9월19일과 22일, 26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2022년 9월27일과 30일) 등에 대해 관계자 의견 진술을 결정헀다. 의견진술은 중징계 결정을 전제로 이뤄지는 절차다.

해당 보도는 '바이든 날리면' 보도와 관련된 후속보도들로, 대부분 발언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들 방송사에 대한 의견진술을 결정하는 과정에 심사위원들간 이견은 없었다. 앞서 지난달 30일 방송소위는 '바이든' 자막을 달아 보도한 MBC, KBS, SBS, YTN 등 9개 방송사들에 대한 의견진술을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