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요르단의 아시안컵 4강 수싸움 '흥미진진'
[심재철 기자]
6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결승행 길목에서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난다. E조 두 번째 게임에서 서로 상대를 압도했다고 자랑하기 애매한 2-2 파이널 스코어처럼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준 장본인이기에 더 흥미롭다.
요르단 에이스 알 타마리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연달아 연장전을 뛴 우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핵심 수비수 한 명씩(한국 김민재, 요르단 알 아잘린) 경고 누적 징계로 나오지 못한 구멍을 주목해야 하는 4강 첫 게임 뚜껑이 열린다.
▲ 요르단의 예상 스타팅 라인 업과 이전 5게임 주요 기록표 |
ⓒ 심재철 |
누구의 빈 자리에서 큰 구멍 생길까?
4강부터는 이전 게임까지 노란딱지 1장을 붙이고 있던 선수는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나 그 이상의 카드를 받은 선수는 어김없이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아 못 나온다. 한국은 간판 수비수 김민재의 빈 자리가 걱정이기는 하지만 요르단은 그 구멍이 조금 더 큰 편이다.
16강 펠레 스코어 빅 게임(요르단 3-2 이라크) 종료 직전 벤치 멤버 함자 알 다르두르가 레드 카드를 받으며 중징계 대상이 되는 바람에 아예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간 것은 요르단 팀에 특별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쓰리백 왼쪽에 서서 종종 공격 가담도 해주는 알 아잘린의 빈 자리는 클 수밖에 없다. 그 자리에 멀티 플레이어 바니 야신이 나올 수 있겠지만 센터백 야잔 알 아랍의 커버 플레이 범위가 부담스럽게 늘어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요르단은 카드 징계 선수가 더 있다. 왼쪽 날개 공격수로 폭넓게 움직이는 알리 올완이 타지키스탄과의 8강 게임(요르단 1-0 타지키스탄) 83분에 엉뚱한 시간 지연 행위로 카드를 받는 바람에 후세인 아무타(모로코) 감독의 심기를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들은 골 세리머니 과정에서도 카드를 받지 말자는 약속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에 옆줄 밖 스로인이 선언된 공을 툭 건드린 것 때문에 받은 노란 딱지가 뼈아픈 셈이다.
지난 달 20일 도하에 있는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만나 2-2로 아쉽게 비겼던 두 팀은 이처럼 핵심 선수들의 빈 자리를 겨냥한 수싸움에서 매우 흥미로운 흐름을 엮어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요르단의 왼발잡이 에이스 알 타마리가 부상 때문에 선발로 못 나올 수도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변수는 클린스만호에게도 있다.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슈퍼 스타 손흥민을 비롯하여 날개 공격수 황희찬, 미드필더 황인범, 부동의 윙백 설영우 등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것을 숨길 수 없다. 그렇다고 결승전을 대비한다고 마냥 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양팀 코칭 스태프가 먼저 내미는 스타팅 라인 업과 교체 카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갈림길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E조 두 번째 게임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비교적 일찍 페널티킥 골을 넣었지만 요르단 에이스 알 타마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다보니 내리 두 골을 얻어맞고는 게임 내내 끌려다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요르단은 세트 피스를 또 노릴 것이다. 더구나 높이 싸움 능력이 출중한 김민재의 빈 자리가 보이니 더 그 곳을 파고들 것이다. 정승현이라는 대체 선수가 나서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높이 싸움에 능한 박진섭 카드를 과감하게 내밀 필요가 있다.
쉬지도 못하고 다섯 게임 그 이상을 책임진 손흥민을 30분 정도라도 쉬게 하기 위해 양현준을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그 이유는 요르단의 쓰리백이 라인을 꽤 밀어올리는 수비 전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바레인과의 E조 세 번째 게임에서 드러난 것처럼 요르단 수비수들이 어설프게 밀어올린 라인 뒤쪽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었고, 거기서 바레인의 결승골이 나온 것은 물론 추가골 기회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양현준은 강원 FC의 희망으로 뛸 때부터 게임 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출중한 윙어였기 때문에 그가 측면을 휘저으며 요르단 수비수들을 하나 둘씩 쓰러뜨리면 반대쪽이나 골문 앞 공간에서 더 좋은 골 기회를 잡아낼 수 있다. 또한 요르단 수비 라인은 상대 팀 키다리 골잡이에 쉽게 흔들려 왔다. 바레인의 194cm 골잡이 압둘라 유수프 헬랄의 1-0 결승골도, 골 넣고 세리머니 때문에 바로 쫓겨난 이라크의 아이멘 후세인(189cm)도 꽤 큰 스트라이커다.
이 부분을 아이멘 후세인과 키가 비슷한 우리 골잡이 조규성이 적극 파고들어야 한다. 요르단의 핵심 센터백 야잔 알 아랍과 뒤엉켜 쓸데없이 힘을 빼는 운영보다는 측면으로 빠져 있다가 공간을 확보하는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준비해야 한다.
이처럼 몇 가지 포인트를 우리 선수들이 꼭 기억하여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것보다 마음고생 덜 하고 결승에 올라 이번 아시안컵 아름다운 피날레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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