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김예지 의원 "피아노는 관객에게… 정치는 국민에게 바칩니다"
친구와 포핸즈 연주에 '음악에게' 노래까지
"'함께하면 행복하다' 메시지 전달됐으면"
"피아노와 정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평생 피아노를 연주한 김예지는 예기치 않은 기회로 4년 전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지난 4년간 많은 보람을 느꼈다며 이제는 정치인의 삶도 피아니스트의 삶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김예지 의원이 본업인 피아니스트로 돌아온다.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친구인 소프라노 조선형과 듀오 콘서트를 한다. 바쁜 의정 활동 중에도 피아노 연습하느라 정신없는 김예지 의원을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IPAC 아트홀에서 만났다.
그는 4년 전 국내 첫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했다. 숙명여대 피아노과 일반전형에서 수석 입학을 했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피바디 음악대학원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석사,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피아노 연주·교수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평생을 피아니스트로서 살아온 그에게 의정 활동은 낯설고 힘든 경험이었다. 하지만 벅찬 희열도 느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이기 때문에 피아노도 정치도 힘들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데, 매일 힘들다 하면서 살다가 삶이 마무리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내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게 굉장한 힘이 된다.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는 의정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그런 스트레스가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피아니스트로서의 삶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삶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잠을 줄였다. 며칠 전에는 피아노를 연습하다 새벽 2시를 넘겨 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무조건 오전 6시에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잠드는 시간은 빨라야 자정이다."
김예지 의원이 2시간 가까운 긴 호흡의 공연을 하는 것은 2021년 2월 서울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한 '김예지와 릴랙스 콘서트' 이후 3년 만이다. 의정 활동 때문에 그동안 피아노 연습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피아노는 적어도 하루에 4~5시간 연습을 해야 하는 악기"라며 "지금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입시생 신세"라고 했다.
인터뷰가 시작된 시간은 오후 7시. 어떤 이는 잠을 못 잔다며 커피를 거부할 시간이지만 김예지 의원 앞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놓여있었다. "제가 카페인으로 작동하는 사람입니다."
듀오 콘서트에서 김예지 의원은 첫 곡으로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헌정(Widmung)'을 연주한다. 슈만이 결혼식 전날, 아내 클라라 슈만(1819~1896)에게 선물한, 모두 26곡으로 이뤄진 연가곡 '미르테의 꽃' 중 가장 유명한 첫 번째 곡이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1788~1866)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였다. 시는 당신의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나의 하늘이라며 노골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슈만이 아내를 사랑했던 것처럼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김예지 의원은 지난해 제헌절 경축식에서도 헌정을 연주했다. "의정 활동을 하는 시간은 내 시간이 아니라 (국민에게) 헌정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부 무대는 진지하게 클래식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조선형 소프라노도 미르테의 꽃 중 한 곡인 '연꽃'을 부른다.
2부는 다소 긴장을 풀고 즐거움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무대로 꾸민다. 김예지와 조선형 두 사람이 한 대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포핸즈'를 선보인다.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5번과 가브리엘 포레의 돌리 모음곡 중 1번 자장가를 연주할 예정이다. 둘은 엄마끼리 친구 사이여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마지막 곡에서는 김예지 의원이 성악가로 변신한다. 조선형 소프라노와 함께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게(An die Musik)'를 부른다. 슈베르트가 음악이 주는 위안에 감사하며 음악을 찬양하는 마음으로 지은 곡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았고 이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다. 음악인으로서 음악을 통해 위로받았던 감사함을 관객들에게 돌려드리고 함께 노래하기 위해 이 곡을 마지막으로 선택했다."
김예지 의원은 "공연 제목(Sereni, noi insieme: 우리, 함께 행복한)이 함께하면 행복하다라는 뜻"이라며 "이번 음악회를 통해 그런 뜻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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