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교통비 절반으로 줄이기, 이거 한 장이면 되네요
[신재호 기자]
"여보 우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이대로 가다간 큰일이 나겠어."
작년 말에 한 해를 정리하며 집안의 재무 상태를 점검하던 중 거대한 마이너스의 엄습에 아내와 나는 긴 한숨만 내쉬었다. 각자 줄일 수 있는 것이 무언지 하나씩 점검하던 중 나의 교통비가 물 위로 올라왔다.
한 달 지하철 이용이 7만 원, 버스 이용은 6만 원 정도로 모두 14만 원에 다다랐다. 그 원인은 바로 늘어난 출장 업무였다. 출장지가 주로 강남지역이라 주차가 쉽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했더니 교통비가 급상승했다.
동대문에 있는 회사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려면 버스와 지하철을 함께 이용해야 했다. 더구나 강남 안에서도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중간에 또다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다. 다행히 환승이 가능했지만, 그것도 제한이 있었다.
환승 제한 횟수는 4회였고, 하차 후 30분 이내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10km 이내만 무료였고, 이 정해진 값을 넘어가면 5km마다 100원씩 추가 요금이 발생했다. 출장 일정상 횟수를 넘기기 일쑤였고, 더구나 30분도 훌쩍 넘겼다. 그러다 보니 교통비가 이렇게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29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 이용객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눈에 보이는 절약 지점인데 어찌할 방도가 없어 발발 동동 구르고 있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울시에서 새해부터 기후동행카드를 발행하는데, 월 6만 2천 원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건 하늘이 준 천금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교통비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3천 원만 더 내면 따릉이까지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날이 춥기에 그건 따뜻해지면 생각해보기로 했다. 기후동행카드는 기후위기의 심화에 따라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기 위해 도입되었다는데 그 취지 자체도 의미가 있었다.
▲ 기후동행카드를 이용 할 수 있는 범위 |
ⓒ 내 손안에 서울 |
2024년 1월 23일부터 실물 카드와 모바일 카드 신청이 가능했다. 처음엔 실물 카드를 구매할까 고민했는데 대란이라 구매가 어렵다는 소식이 들렸고, 모바일이 활용도가 높을 듯했다. 앱을 내려받고, 6만 2천 원을 충전한 후 시작일을 1월 29일로 지정했다.
혹여나 이용할 때 어리바리할 수 있으니 인터넷을 통해 사용 방법도 미리 확인했다. NFC를 켜 놓은 상태에서 휴대전화만 단말기에 갖다 대면 사용할 수 있었다. 핸드폰에도 '기후동행카드 사용 중'이란 팝업이 떴다.
드디어 월요일 출근길, 처음 사용을 해보았다. 처음 지하철을 타고 핸드폰을 갖다 대니 '띠' 소리와 함께 카드를 사용했다는 메시지가 핸드폰에 떴다. 이게 뭐라고 속으로 '다행이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무사히 사무실에 도착한 후 오후부터 시작되는 출장 준비를 했다. 출장지는 그 유명한 강남 3구 서초, 강남, 송파구였고, 세 군데 모두 가야 했다. 출장 가기 전 확인하니 버스와 지하철을 족히 10번 넘게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내 손엔 마법 카드가 있기에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출장지에서도 여유가 생겼다. 전 같으면 환승을 의식하고 분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천천히 볼일을 보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다. 출장 자체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그렇게 2~3일 편한 마음으로 이용했다.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 뒤로 몇 번 신용카드에 연동된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습관이 참 무서웠다. 결국 신용카드를 핸드폰 케이스에 빼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신분당선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쉬웠다. 신논현이나 양재 방향으로 갈 때는 '신분당선' 이용이 필수였기에, 결국 버스를 타고 돌아서 가야 했다. 아직은 시범 기간이니 나중엔 추가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앱에 들어가 1월 29일부터 2월 5일까지의 일주일간의 이용금액을 살펴보니 2만6800원이었다. 5주로 환산하면 대략 14만 원이었다. 지난달 교통비와 정확히 일치했다. 거의 한 달에 6만 원 정도를 절약하니 일 년이면 70여 만 원에 다다랐다. 고물가시대에 이 정도 줄일 수 있으면 대성공이었다.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 1월 23일부터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사전 판매 시작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서울시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 관련 홍보물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23일부터 기후동행카드 모바일카드 다운로드와 실물카드 사전 판매에 나선다. 서비스는 이달 27일부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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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까지 시범 시행을 하고, 다음에는 후불교통 카드 기능도 추가한다고 했다. 그러면 훨씬 편하게 이용할 듯했다. 다만 혹여나 나중에 중단한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서민으로서 그동안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만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확실하게 체감되었다. 지금은 서울에만 국한되어 있는데, 활성화 되어 다른 지역까지도 확산하면 더 많은 사람이 고마운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으리라. 시범 운영을 마치고 철저하게 분석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기후동행카드가 나의 퍽퍽한 살림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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