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절반 이상 권력세습 불만…'병원 경험 無' 40% 육박
탈북민 6351명 면접조사 3급 비밀 해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 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 평가가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서도 북한 주민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부는 지난 10여년간 축적된 북한이탈주민 대상 심층조사 결과를 종합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6일 최초로 발간했다고 밝혔다. 2013∼2022년 탈북민 심층면접조사 결과는 그동안 3급 비밀로 분류해오다가 이번에 공개됐다.
배급제 사실상 붕괴…시장에 의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당국 차원의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해 주민들이 공식 직장에서 임금이나 배급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 식량 배급 경험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72.2%에 달했고, 노임·식량배급 모두 없었다고 답한 비율도 50.3%에 육박했다.
병원 진료 경험이 없다는 답변도 39.6%에 달해 무상 치료제를 표방한 보건시스템도 사실상 붕괴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담당구역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도 70.6%였다.
국영경제가 실패한 가운데 북한 주민들은 가계소득, 식량·생필품 등 생계유지를 대부분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장사, 소토지 경작, 밀수 등 비공식적 사경제 활동이 주민들의 주된 소득원이 됐고, 식량이나 약품도 대부분 '종합시장'에서 구매했다. 심지어 가정용 전력도 당국 공급이 감소하면서 축전지, 태양전지 등을 통해 자체 조달(53.9%)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北도 주택매매 성행…역세권도 따져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 중국 위안화 통용이 약 5배 증가했으며, 법망을 피해 주택 매매 성행하고 있다.
북한에 살 당시 주택 양도·매매·경험이 있다는 응답의 총합계는 탈북 시기별로 2000년 이전 10.7%였지만 2016∼2020년에는 46.2%로 늘었다. 북한도 남한처럼 '역세권'과 같은 주택 입지가 가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택을 거래할 때 중개인도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주민들의 시장활동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점차 유형이 다양화되고 규모가 커지는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시장화의 확산은 노동, 자본 등 요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사적 고용과 사금융의 이용이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력층의 주민 수탈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뇌물 공여 경험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부정부패가 만연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월수입 30% 이상을 뇌물과 세외부담 등으로 수탈당했다는 응답이 41.4%였고, 거주지에서 감시·가택 수색을 당한 경험도 51.3%에 달했다.
여성 지위 향상…권력 세습은 불만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고 답한 응답자가 90%를 넘었고, 시장화를 통해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북한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45.9%)되고 있다는 답변도 증가 추세다.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상황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 평가는 더욱 높아져 58.9%로 집계됐다. 특히 3대 세습에 의한 권력승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56.3%에 달했다. '3대 세습'이나 '백두혈통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北주민 67% 외국 영상 시청 경험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외국 영상물 시청 등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의 67%가 북한에 있을 때 외국 영상물을 시청한 경험이 있었다.
외국 영상물 중에는 주로 '중국 영화·드라마'(71.8%)를 많이 봤지만, 그 다음이 '한국 영화·드라마'(23.1%)일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컸다.
이번 보고서는 통일부가 지난 10여년간 6000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축적해온 조사 결과를 집대성해 도출한 결과다. 경제, 사회, 주민의식 등 분야에서 1100여개 문항을 누적 조사해 폭넓고 체계적인 북한 경제, 사회 실태조사 결과를 축적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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