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초등학생 12명→102명... 제주도서 기적 만든 사연 [제주 사름이 사는 법]

황의봉 2024. 2.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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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름이 사는 법] 김호선 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

[황의봉 기자]

▲ 김호선 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 지난 20년 동안 선흘1리 사무장으로, 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으로 일하면서 동백동산을 생태관광 명소로 만드는데 기여해왔다.
ⓒ 황의봉
 
동백동산은 한겨울인데도 초록 세상이다. 키 큰 활엽수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우거졌고 그 틈바구니에서 10만 그루의 동백나무는 햇빛을 향해 위로만 향하고 있다. 진홍색 동백꽃이 더러 피어나 눈에 띄지만, 올해도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기에는 힘이 달리는 듯하다. 숲속 곳곳에 생겨난 물통(습지)에는 각종 수서생물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개구리 도롱뇽알이 한창 부화 중이다. 물에 비친 나무들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평지에 우거진 우리나라 최대의 상록수림, 화산폭발이 만들어낸 곶자왈 동백동산의 2월 풍경이다.

동백동산을 품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에 요즘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고 마을에는 활기가 돌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네 책방과 카페, 식당들이 잇달아 문을 열고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해졌다. 분교로 명맥을 이어가던 초등학교도 27년 만에 부활했다. 마을주민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백동산을 제주도 최고의 생태관광지로 만들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김호선 동백동산 습지센터 총괄팀장은 동백동산과 선흘리의 산 증인이다. 선흘리에서 태어나 자라고, 선흘리 사무장으로 10년을 일했다. 2015년 동백동산 습지센터가 들어선 후에는 실무 책임자로 최일선에서 생태관광 업무를 지휘해 오고 있다. 최근 동백동산과 선흘리는 생태관광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방문객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김호선 총괄팀장을 만나 선흘리와 동백동산이 어떤 곳인지부터 들어봤다.

'자연이 준 선물, 마을이 지킨 보물'
 
▲ 동백동산 입구 선흘 곶자왈 지대에 자리잡은 동백동산은 람사르 습지,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 생태관광지역, 생물권 보전지역 등으로 지정된 상록수림지대로 생태관광의 최적지로 꼽힌다.
ⓒ 황의봉
 
"선흘리의 '흘(屹)'은 깊은 숲이라는 뜻으로, 마을 이름에 이미 동백동산이 들어가 있는 셈이지요. 설촌 역사가 600여 년이 넘는 오래된 마을입니다. 감귤과 키위, 콩 메밀 등 밭작물을 재배하는 해발 100∼150m의 중산간 마을로, 선흘곶이라고 불렀던 약 100만 평의 곶자왈(크고 작은 암석과 나무, 덩굴식물이 어우러진 원시림) 지대를 품고 있습니다.

이 곶자왈 가운데 마을주민이 이용했던 약 30만 평의 공간을 동백동산이라고 합니다. 2010년 환경부가 이곳 17만 8000여 평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고, 다음 해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재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 이름이 붙은 습지만 100여 개나 됩니다. 화산폭발 후 흘러내린 점성이 묽은 용암이 굴곡진 지형을 따라 흐르다가 오목한 부분에 이르러 굳어지면 판을 만들게 됩니다. 이 판 위에 비가 오면 물이 고여서 습지를 이루는 것이지요. 제주에서는 동백동산이 유일합니다.

선흘리에 상수도가 들어온 게 1971년입니다. 그전까지는 동백동산에 있는 습지에 가서 물을 떠다가 식수로 이용하고, 빨래하고, 소와 말을 먹였을 뿐만 아니라 숲에서 숯과 땔감을 얻었어요.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새벽 3시에 일어나 남들보다 먼저 물 뜨러 갔다고 합니다. 동백동산 탐방로에서 만나게 되는 먼물깍 같은 습지는 600평 정도로 넓고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반면에 대부분의 습지는 물이 고였다가 며칠 지나면 빠지는 형태입니다."
 
▲ 먼물깍 습지 ‘멀리 떨어진 물’이란 뜻의 먼물깍은 사철 물이 마르지 않아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까지 식수로 이용했으며, 빨래를 하고 소와 말에게 물을 먹였던 곳이다.
ⓒ 동백동산 습지센터
 
김호선 팀장은 동백동산을 '자연이 준 선물, 마을이 지킨 보물'이라고 말한다. 마을이 어떻게 이 선물을 보물로 만들었는지를 들어볼 차례다.

"동백동산이 람사르 습지로 등재되고, 선흘1리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자 자연히 마을에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립습지센터에서도 주민역량강화사업을 추진했고요. 처음엔 생태관광 주민협의체를 꾸려 복지회관이나 체육관 같은 곳에서 모임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모임에 참석해달라고 하면 매번 왔던 분들만 오시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찾아가는 간담회를 했습니다.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이런 단체들을 찾아가 습지보호지역 이후에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를 의논한 겁니다.

이렇게 2년 동안 간담회를 하다가, 2013년에 이제는 뭔가를 결정할 때가 되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해보자, 그러자면 원탁회의가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겁니다. 마을체육관에서 '리민 큰 마당' 원탁회의를 했을 당시 선흘1리 주민이 600∼700명 정도였는데, 제 기억으로는 130여 명이 참석한 것 같아요. 사실상 마을에서 올 만한 사람은 다 온 셈이지요."

당시 선흘리 사무장이었던 김호선 팀장은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진행해 온 원탁회의가 오늘날 동백동산이 생태관광의 모델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회고한다. 주민들이 둘러앉아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생태에 관한 인식이 깊어지고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원탁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원탁회의에서 '우리 마을이 자랑거리로 삼을만한 자원이 뭘까'라는 주제로 토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동백동산과 습지에서부터 동백꽃, 제주고사리삼, 도토리, 멸종위기종 생물 등 20∼30여 종류의 자원들이 나오더라고요. 이걸 벽에다 써놓고 투표를 해서 6가지를 고른 다음 마을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또 관광객들이 마을 안으로 너무 많이 들어오니 어디까지 개방할지를 두고도 솔직한 의견들을 들어보기도 했고요. 주민들과 여행자 간 서로 지켜야 할 '생명 약속'도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든 것입니다.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생태관광을 담당할 마을사업단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 하는 문제였어요. 열띤 논의 끝에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후 '사회적 협동조합 선흘곶'이 정식으로 인가받은 때는 지난 2018년 2월이었어요.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 법인을 만들 수 있지만, 저희는 가능한 한 많은 주민이 참여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아예 선흘리 마을 조례를 개정해서, 마을 산하단체로 '사회적 협동조합 선흘곶'을 둔다고 명칭을 못 박았습니다. 마을 따로 조합 따로가 아니라 마을 안에 협동조합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사례는 전국에서도 드물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강사를 모셔다가 협동조합 공부를 하고, 원탁회의를 통해 주민들과 내용을 공유하면서 느리지만 착실히 준비해 나갔습니다. 처음 협동조합이 출범할 때 조합원이 97명이었는데, 현재 205명이니까 거의 전 주민이 조합에 가입해 생태관광사업을 함께 하는 셈입니다."  

폐교 논의했던 분교가 본교로 승격... 놀라운 변화
 
▲ 주민 원탁회의 선흘1리 주민들이 둘러앉아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하는 원탁회의가 생태관광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 동백동산 습지센터
 
원탁회의를 통해 선흘리 주민들이 생태관광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면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동백동산 주민 모니터링단을 꾸려 자신들이 이용했던 습지를 조사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식물들을 관찰해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펴냈다. '동백동산에서 습지와 마주하다', '나무와 마주하다', '풀꽃과 마주하다', '고사리와 마주하다' 등 생태도감이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다.

또 '꼬마 해설사'와 '삼촌 해설사'를 양성해 주민들 스스로가 동백동산 안내자로 나섰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그린 15권의 그림책을 발간하는가 하면, <선흘곶에 물이 어서시민 어떵 살아시코>, <선흘의 요리를 담다>, <선흘 기억저장소>와 같은 마을문고 책도 펴냈다. 이렇게 펴낸 책과 자료들은 생태관광 프로그램이나 학생들의 생태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동백동산 생태관광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인구가 늘어나고 분교였던 초등학교가 본교로 승격한 일이다. 김호선 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선흘초등학교가 1990년대 중반에 학생이 줄어 함덕초등학교 분교가 됐습니다. 가장 학생이 적었을 때는 12명까지 내려갔거든요. 저도 이 학교 졸업생이라 마음이 아팠지요. 한때는 교육 당국과 폐교 여부를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생태관광지로 떠오르면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학생들에게 방과후수업으로 생태체험 교육을 하게 되자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거예요.

2014년 건강생태학교로 지정되고 학생이 계속 늘어나자 2022년 3월에 다시 정식 초등학교로 승격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정확히 102명입니다. 저희가 학교로 생태교육을 나가고 동백동산에서 생태 놀이 프로그램도 하니까 학부모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매월 한차례 3시간씩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으로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동백나무 친구 찾기, 곤충도감 만들기, 나뭇잎 전시회에서 과자 따먹기 등등 학년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또 습지탐험대도 운영하고 있고요. 어떤 아이들은 생태교육 하는 날만 기다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이런 생태교육과 체험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의 생태 감수성이 발달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더라, 하는 소문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진 것이지요. 제주도 다른 지역에서도 오고, 육지에서도 이주해오는 사람이 많아진 겁니다. 아이 교육 때문에 이곳에 온 사람 중 30% 정도는 아예 제주에 정착하겠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선흘1리 인구가 1009명이에요. 원탁회의 처음 시작했을 때는 600∼700명 수준이었습니다."
 
▲ 주말 장터 동백동산 습지센터에서는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자체 개발 디자인한 제품을 팔고 있으며, 매월 셋째주 토·일요일에는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 동백동산 습지센터
 
선흘리 생태관광사업의 거점은 환경부와 제주도가 함께 만든 동백동산 습지센터다. 선흘리 주민들은 습지센터 설계단계에서부터 생태환경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뿐 아니라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등을 판매할 장소를 마련토록 했다. 생태관광이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로도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주민들의 소득에 어떤 도움이 됐을까.

"어르신들이 겨우내 도토리 주워다가 가루를 만들어오면 습지센터에 마련한 선흘장터에서 팔아드립니다. 봄철 고사리를 비롯해 참깨 무말랭이 콩가루 등등 계절마다 나오는 것들을 모두 수매하고요. 양봉 농가에서는 꿀도 가져옵니다. 그리고 동백동산을 디자인에 활용해 에코백이나 손수건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동백기름이며 생태 그림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팔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동백동산의 가시나무 도토리로 만든 도토리 가루를 반죽하고 국수를 끓여 먹어보는 음식문화 체험 프로그램 같은 부대사업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모두 합치면 연간 1억3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까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에서는 주민들이 가져오는 물품에 약간의 이윤을 붙여 판매하니까 조합에도 수익금이 발생합니다. 이 수익금은 주민복지에 사용하는데, 첫 번째로 한 일이 80세 이상 어르신들께 생신 선물을 드린 것이었어요. 엄청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저희도 뿌듯하고요. 어르신 생신 선물 증정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겁니다.

원탁회의를 할 때 이런 일도 있었어요. 생태관광으로 수익금이 생기면 뭘 했으면 좋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한 분이 마을에 노인복지시설 하나 마련해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모셔다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뭉클해지더라고요. 주민들이 원하는 게 이거였구나, 나도 늙으면 먼 데 가지 말고 여기서 같이 살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제주도, 질적관광으로 전환해야"
 
▲ 세계 습지의 날 행사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진행한 동백동산 투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먼물깍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황의봉
 
동백동산 생태관광은 전국적으로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동백동산 자체가 매력 있는 숲이고 볼거리도 많은 데다가 초등학생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참여하기에 적당한 각종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기 때문이다.

"동백동산의 가장 큰 특징은 이곳이 세계적으로도 인정하는 습지라는 점입니다. 습지 생태계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이곳에 무려 1500여 종의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고 있어요. 팔색조, 비바리뱀, 제주고사리삼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16종이나 서식하고 있는 것도 이 지역이 생태계의 보고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도 생태를 관찰하고 교육하는 데는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고, 따라서 생태관광의 최적지인 셈입니다.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만 보아도 '눈 내리고 동백꽃 피다', '동백동산 물·숲·새', '동백동산 에코 파티, 이야기가 있는 숲', '먼물깍 습지! 생명을 쿰다' 등 동식물의 생태를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울창한 상록수림 사이에 조성한 5㎞ 탐방로를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4·3 당시 피난했던 굴이라든가 숯을 구었던 숯막, 용암언덕 등 볼거리도 산재해 있고요.

작년에 5만 9000여 명이 동백동산을 찾았는데, 학생들 체험학습으로 많이 오고 있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생태관광 사업을 하려는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러 자주 옵니다. 환경교육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교육청이나 학교 선생님들도 많이 찾고 있어요. 동백동산이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알려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동백동산이 생태관광의 최적지로 소문이 나면서 그동안 난개발과 대량관광에 따른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아왔을 뿐 아니라, 관광수익이 지역주민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제주 관광의 대안적 모델로 주목받기도 했다. 생태관광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김호선 팀장은 제주 관광산업의 방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생태·환경교육 프로그램 동백동산의 철새와 텃새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소리를 들으며 탐조하는 어린이들.
ⓒ 동백동산 습지센터
 
"제주 관광의 문제점은 저의 개인적 고민이기도 합니다. 동백동산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선흘리 인구가 늘어나서 좋기는 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관광 전문가도 초청해서 국제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현지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바르셀로나 사정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어요.

제주도를 찾는 많은 관광객은 결국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러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자연이 다 망가지고 나면 뭐 하러 제주에 오겠냐는 겁니다. 곶자왈 같은 천혜의 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건물들이 마구 들어선다면 제주의 장래는 어둡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2공항을 지어 관광객을 더 많이 받아들이자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개발에 대한 인허가 절차도 더욱 엄격해져야 할 것이고요.

대량관광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편으로 요즘 한라산 하루 탐방 인원을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 더 확대해서 성산일출봉 같은 주요 관광지에도 입장객 총량제를 적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환경부에 내기도 했습니다. 동백동산의 경우, 예를 들어 수학여행 버스가 10대씩 들어오겠다고 하면, 그런 대규모 인원은 받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무조건 많은 사람을 유치하는 데서 벗어나 질적 관광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김호선 팀장은 2022년 제주 곶자왈 공유화재단이 제정한 제1회 곶자왈 대상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곶자왈 보전을 위한 교육과 홍보활동에 헌신해 온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동백동산에서도 습지 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탐방객들을 인솔해 해설에 나선 김호선 팀장에게 동백동산 생태관광을 이끌면서 느낀 그동안의 소회를 물었다. 결론은 '행복'이었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고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선흘 주민들이 힘을 합쳐 생태관광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현재 환경부에서 생태관광 마을로 지정한 곳이 제주도 내에 선흘1리 말고도 하례리, 저지리, 평대리로 점차 확대되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고요.

선흘 주민들 사이에서도 처음엔 생태관광을 한다니까 우리 마을에 뭐 볼 게 있냐며 의구심을 보이던 분들이 계셨는데, 이제는 많이 달라지셨어요. 동백동산 같은 곳이 우리 미래세대에게 훼손하지 말고 그대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었구나 하는 인식을 다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생태관광사업에 참여하면서 환경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동백동산을 알리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이 일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성취감도 느꼈고 저의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돌이켜 보면 거의 미친 것처럼 이 일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집에서 쉬는 날에도 온통 여기 생각밖에 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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