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 페와호수에서 있었던 일

강재규 2024. 2. 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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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느낀 한국의 위상

지난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9박 11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합니다. <기자말>

[강재규 기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무사히 끝내고 포카라에 도착한 시간은 작년 12월 28일 저녁 무렵이다. 우리가 하루 휴식을 취한 포카라는 마침 제25회 Pokhara Street Festival(2023년 12월 28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가 머문 숙소인 마운트 카일라쉬 리조트(Mount Kailash Resort) 3층 룸에서 커튼을 여니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봉오리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29일 오후에는 네팔 소수민족인 구룽족이 생활하는 향자곳을 방문하는 홈스테이 일정이 잡혀 있었다. 향자곳으로 출발하기 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포카라 전통 달밧 식당을 찾아 맥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페와호수(phewa lake)에서 유람선을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페와호수는 해발 784m에 위치하고 히말라야 설산이 만든 호수라고 한다.    

페와호수에서 배를 타고 유람을 하다 친구 둘이서 선장을 대신하여 유람선 페달을 밟았다. 젊은 선장은 자신의 자리를 우리들에게 내어주고 천연덕스럽게 휴식을 취했다. 나도 페달을 밟아보았는데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아르바이트비를 받아야 하지 않나"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파도치는 위험한 호수는 아니어서 안전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뱃놀이였다.
  
▲ 페와호수 작은 섬 페와호수에 조성된 작은 섬
ⓒ 강재규
 
호수 안에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작은 섬도 하나 있었는데, 우리도 뱃머리를 대어 작은 섬에 올랐다. 섬에는 시바를 모시는 바라히 사원(Barahi Mandir)이라는 작은 힌두사원이 있었다. 사원을 찾아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 페와호수에서 만난 젊은 네팔 부부 페와호수 힌두사원 앞에서 한국에서 일했던 네팔 젊은 부부를 만났다.
ⓒ 강재규
   
거기서 아이를 안은 젊은 네팔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들 부부는 예전에 거제도에서 약 8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부는 한국어가 능통했다. 아이의 돌을 맞아 아이의 미래를 축복하기 위해 기도를 드리려 힌두사원을 찾았다고 했다. 아이의 돌이라는 말에 정흥식 원장은 지갑에서 달러를 꺼내 전하며 아이에게 필요한 선물을 사주라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현재 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했다.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으니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도, 선생님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일행이 트레킹을 할 때 3명의 포터 중 한 명인 솜 프라사드 따할(Som Prasad Dahal)이라는 친구 역시 한국에 외국인노동자로 왔다가 몇 년 전에 귀국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 한국에 일하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의 한국어 실력도 상당했다. 가끔씩은 한국인 트레커를 상대로 가이드로 나서기도 하지만, 지금은 트레킹 성수기가 아니라 일이 적어서 가끔씩 포터로도 참여한다고 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거나 시내에서 걷다 보면 한국을 다녀왔다는 이들을 많이 만나고, 또 한국으로 돈을 벌려 가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다수의 젊은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을 다녀온 네팔 사람들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들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이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면서 마주친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들 역시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대부분 반색을 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세계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9박 11일 동안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민족이 다르고, 종교와 언어가 달라도, 그리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도 우리는 모두 존엄한 가치를 지닌 인간이기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자각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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