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상에는 나도 함께”…KT로 돌아온 ‘2020년 MVP’ 로하스

고봉준 2024. 2. 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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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T로 돌아온 멜 로하스 주니어(왼쪽). 최근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진행한 인터뷰 도중 이강철 감독이 잠시 자리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장=고봉준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1일부터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9개 구단은 미국이나 호주, 일본 등지에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숙소 시설이 뛰어나고 이동 부담이 없는 기장을 전지훈련지로 택했다.

이곳에는 특별한 기억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처음으로 국내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2021년. KT는 기장에서 한 달 넘게 담금질을 한 뒤 그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2015년 1군으로 진입했던 막내 구단의 첫 번째 통합우승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의 벽을 넘지 못했던 KT는 당시의 추억을 밑거름 삼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찾은 기장 스프링캠프에선 반가운 얼굴도 함께 몸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KT에서 활약한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4·미국)다. 우투양타 외야수인 로하스는 KT에서 뛰는 4년간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2020년에는 142경기에서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116득점 장타율 0.68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MVP를 비롯해 타격 4관왕(홈런·타점·득점·장타율)을 차지했다.

이때의 활약을 앞세워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로 떠났다가 지난해 12월 KT와 재계약한 로하스는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내게 있어서 KT는 단순한 팀이라기보다는 가족 같은 존재다.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동료들이 예전처럼 나를 편하게 대해주고 있다”고 웃었다.

올 시즌 KT로 돌아온 멜 로하스 주니어.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 KT 위즈

KT에서 기량의 정점을 찍었던 로하스는 최근 몇 년간 고전했다. 한신에서 뛴 2021년과 2022년에는 내리 2할대 초반 타율로 부진하다가 방출됐고, 이후 멕시코 리그와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를 전전했다.

로하스는 “NPB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선수들의 스프링캠프 합류가 늦어졌다. 그러면서 적응이 쉽지 않았고,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그동안의 부진은 KT로 돌아오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곁에서 이를 듣던 KT 이강철(58) 감독은 “핑계도 잘 댄다”면서도 환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올 시즌 KT로 돌아온 멜 로하스 주니어. 최근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기장=고봉준 기자

같은 홈런왕 출신인 로하스와 박병호의 만남에도 기대가 쏠린다. 홈런왕 타이틀만 6차례(2012~2015, 2019, 2022년)만 따낸 박병호는 2022년부터 KT에서 뛰어 로하스와 손발을 맞춰본 적이 없다. 로하스는 “처음으로 같은 팀이 된 박병호는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훈련하면서 이것저것 조언을 많이 해주면서 내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면서 “우리 중심타선은 어느 구단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중심타선 맞춤 별명을 고민하고 있다”고 웃었다.

공교롭게도 KT는 로하스가 떠난 직후인 2021년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MVP의 공백을 잘 메운 덕분이었지만, 타지에서 이를 TV로 지켜본 로하스의 마음은 복잡 미묘한 눈치였다. 로하스는 “그때 KT를 보면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통합우승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이겨낸 동료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왜 내가 저기 없을까’라는 아쉬움도 생겼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KT도 충분히 다시 통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정상에는 나도 함께하겠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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