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첩보 소설이 현실로? 쫓기게 된 작가의 고군분투
[장혜령 기자]
▲ 영화 <아가일>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시작부터 예상을 뛰어넘는다. 베스트셀러 <아가일>의 4권 출판 기념회를 막 끝낸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성공을 자축하며 마지막 권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따끈따끈한 원고를 엄마 루스(캐서린 오하라)에게 전송하지만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다며 챕터 하나만 더 써보라 조언한다.
밤새 고민했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부모님을 만나러 기차에 오른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일인지... 전 세계의 스파이가 자신을 쫓는단다. 중구난방 헤어스타일에 덥수룩한 수염까지 전혀 미덥지 않은 말로 환심을 사려는 에이든(샘 록웰)과 엮여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다. 처음 본 이 남자는 자신을 스파이라 소개하며 소설 속 내용이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바람에 표적이 되었다는 말을 전한다.
아직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는 엘리는 추레한 스파이와 엮여 사는 게 꽤 불편하지만 그의 보호와 구조로 가까스로 마음을 열어간다. 결국 명석한 엘리는 다음 챕터 안의 위험을 끝낼 단서가 있음을 알아내고 실존 인물일지 모를 아가일(헨리 카빌)의 정체를 쫓는다.
▲ 영화 <아가일>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아가일>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로 B급 감성의 A급 영화로 인기를 끈 매튜 본 감독의 신작이다. 감각적인 연출, 예측할 수 없는 독창적 전개로 반전뿐만 아닌, 독보적인 시그니처 액션으로 중무장하고 돌아왔다. 제목과 같은 베스트셀러 캐릭터 아가일을 찾아가는 모험도 기대 이상이다. 실마리는 결말에 공개돼 놀라움을 준다.
양복점이 국제정보기관이란 '킹스맨' 시리즈의 세계관을 능가하는 설정과 캐릭터의 엇박자 매력이 돋보인다. 상상력을 발휘하기만 했지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평범한 작가가 주인공이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엉뚱한 매력이 스파이 액션과 만나 매력을 발산한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눈앞에 어른거리고 말을 거는 상황이 혼란스러운 엘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스파이의 편견도 깬다. 샘 록웰이 맡은 에이든은 싸움 고수, 완벽한 총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모다. 술 냄새 풍기며 사고 칠 것 같지만 의외로 수준 높은 실력의 정예요원이다. 신 스틸러인 까칠한 고양이 알피까지 가세하니 사랑스러움은 배가 된다.
▲ 영화 <아가일>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영화 속 영화를 즐기는 재미도 있다. 소설 <아가일>의 최고 스파이 아가일과 괴력의 파트너 와이엇(존 시나)의 브로맨스 호흡은 영화 중간중간 등장해 웃음을 준다.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에 등장했던 사무엘 L 잭슨, 소피아 부텔라는 짧은 등장에도 식지 않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세계적인 팝스타 두아 리파의 매혹적인 스파이 연기와 춤도 볼거리다.
<킹스맨>에 등장했던 강아지 JB에 버금가는 고양이 알피도 눈여겨볼 만하다. JB의 이름은 미드 < 24 >의 캐릭터 잭 바우어의 이름을 따랐는데, 알피 또한 영화 속 캐릭터의 이름과 일치한다. 시선 강탈 치트키 알피는 매튜 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클라우디아의 반려묘로 알려져 있다.
매튜 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즐거울 이스터 에그(영화 속 숨겨진 메시지)뿐만 아니라, 쿠키 영상을 유추하며 <킹스맨> 시리즈와 연결되는 유니버스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킥 애스>부터 함께한 스턴트 코디네이터 브래들리 제임스 앨런이 2021년 작고해 유작이며, 엔딩 크레디트에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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