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챙겨' 美 매체…"메시 노쇼, 미안하지만 현명한 결정"→홍콩 팬 '대폭발'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리오넬 메시 '노쇼 사태'에 홍콩 축구 팬들이 쉽게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있다. 마이애미 현지 언론의 보도 이후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헤럴드는 6일(한국시간) "홍콩에게는 미안하지만 인터 마이애미가 과도하게 긴 프리시즌 투어에서 메시를 쉬게 한 결정은 현명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메시가 홍콩에서 결장한 것에 대한 국제적 스캔들은 예상한 것보다 흥미롭다. 인터 마이애미는 오는 21일 MLS 시즌 개막을 앞두고 5개국서 2만5000마일을 이동해 7경기를 치르는 프리시즌 투어를 진행하며 이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라며 "이런 힘든 여정은 재정적 관점에서 볼 때 인터 마이애미 브랜드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메시의 존재는 인터 마이애미의 DRV PNK 스타디움이 8강전과 3·4위전을 포함해 총 7번의 2026 월드컵 경기를 개최한 이유였다"라고 인터 마이애미의 투어 일정이 애초에 너무 과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이 최대 이익을 위해 메시를 퍼레이드에 투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번이 메시의 두 번째 시즌이고 그는 2025시즌까지만 계약을 맺었다. 그의 아우라는 남을 것이다. 인터 마이애미는 언제나 메시가 있던 MLS 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메시가 떠날 때 인터 마이애미 브랜드의 마법을 대부분 가져갈 것이다. 따라서 메시가 뛰는 동안 구단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압박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메시는 36세다. 팀의 중심을 이루는 다른 스타 3인방 역시 거의 같은 나이대다. 대부분의 MLS 팀은 마이애미가 1년 전 그랬던 것처럼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한 번 치른다. 이제 인터 마이애미는 노쇠화된 팀을 전 세계로 데려가고 있으며, 그 팀은 일요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무승(1무3패)을 기록했다"라며 "인터 마이애미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지칠 위험에 처해있다. 메시의 관한 모든 반응은 만화처럼 과장됐다"라고 인터 마이애미가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시는 햄스트링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팀의 우선순위는 슈퍼스타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MLS 시즌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어야 한다, 홍콩 팬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메시를 서커스 쇼 말처럼 퍼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터 마이애미는 수요일 경기를 위해 일본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의학적 조언이 사실이라면 메시는 다시 벤치에 앉아야 합니다. 그로 인한 팬들의 괴로움과 울부짖음이 있더라도 말이다"라고 팬 서비스보다 선수의 건강 상태가 더 우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콩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터 마이애미는 4일 홍콩의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올스타와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4-1로 크게 이겼으나 이날 메시는 출전하지 않았다.
마이애미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를 영입해 전 세계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투어를 통해 홍콩 팬들에게도 인사할 기회를 잡았으나 '노쇼 사건'을 일으키면서 되려 팬들을 뿔나게 했다. 메시는 수아레스와 함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끝내 출전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AFP 통신에 따르면 홍콩스타디움에는 아르센티나를 상징하는 하늘색-흰색 줄무늬 유니폼과 인터 마이애미 홈 유니폼인 연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4만 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들은 후반전 중반 이후로도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야유를 퍼부었고, 환불을 외치기도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는 팬들의 항의가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베컴 구단주가 경기 후 홍콩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을 때도 팬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한 채 거센 야유를 보냈다
한 팬은 "메시가 뛰지 않는 경기는 80홍콩달러(약 1만3천원)짜리 일반적인 홍콩 축구 리그 경기랑 다를 게 없는데, 이번 친선전 티켓값은 5천홍콩달러였다"고 주장하며 분노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는 걸 알지만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게 하려고 했지만 부상 위험성이 너무 컸다"라면서 "구단 의료팀으로부터 메시와 수아레스가 경기에 출전한다면 부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견을 들었다"라고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현재 메시는 내전근, 수아레스는 무릎에 부상을 당한 상태다. 인터 마이애미는 오는 22일 솔트레이크와 2024시즌 MLS 개막전을 치른다. 메시와 수아레스가 추가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답변이었다. 항의가 거세지자 홍콩 당국은 이번 친선전 주최사인 태틀러 아시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홍콩의 주요스포츠행사위원회(MSEC)는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베스트11 팀의 친선전을 위해 약 1천600만홍콩달러의 돈을 지원했다며 "메시가 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국과 팬은 크게 실망했다. 행사를 준비한 주최 측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성명을 냈다.
홍콩 현지는 물론, 중국 본토와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메시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만 명의 팬들이 "사기"라며 환불을 요구했고 소셜미디어에는 격분한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해당 경기를 주최한 태틀러아시아는 앞서 메시를 내세워 이번 경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티켓 가격은 최대 4천880홍콩달러(약 84만원)까지 치솟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경기를 참관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메시의 출전을 확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홍콩 정부는 경기 당일 아침에도 메시가 주장으로서 경기를 뛸 것이라 얘기 들었고 관리들이 경기 직전 출전 명단에 메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을 때조차 어떠한 계획 변경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SCMP는 "관리들은 메시가 부상했다는 말만 들었고, 메시가 경기 종료 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최소한 그가 경기장으로 나와 트로피를 받고 몇 마디 해명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에 인터 마이애미의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이 해명과 사과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마저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들도 주최 측이 팬들에게 티켓 가격의 절반을 환불해야 하고 정부 지원금도 일정 부분 토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더스탠더드는 소식통을 인용, "주최 측과 인터 마이애미 간 계약에는 메시가 부상하지 않는 한 이번 경기에서 최소 45분을 뛰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전날 자정께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경기를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주최 측에 1천500만홍콩달러(약 25억7천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고, 경기장 사용 보조금으로 100만홍콩달러(약 1억7천만원)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메시의 결장과 관련해 축구 팬들을 비롯해 정부는 주최 측의 조치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며 "당국은 메시가 출전하지 않음에 따라 지원금 삭감 가능성 등 계약 조항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틀러아시아는 성명에서 자신들도 메시와 수아레스가 출전하지 않을 것임을 경기 직전까지 몰랐다며 팬들과 마찬가지로 실망했다고 해명했다.
메시도 이번 노쇼 사태로 홍콩 팬들에게는 비호감 선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야후홍콩은 "경기 종료 후 경기장에 있던 홍보판 속 메시는 비극적으로 목이 잘려 있었다. 누군가 태권도 발차기로 홍보판에 있는 메시의 얼굴을 차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팬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SCMP는 "인터 마이애미는 도쿄로 향하면서 다음 투어를 고대하고 있으나 메시 경기를 볼 기회를 박탈당한 홍콩에는 여전히 분노가 남아있다. 팬들은 공평하게 메시가 도쿄에서도 경기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어떤 팬들은 일본인들에게 사기를 예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인터 마이애미가 구단 공식 SNS에 올린 일본 투어 일정 게시글에는 홍콩 팬들의 분노가 담긴 댓글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팬들은 "사기꾼 팀이다. 2군 선수들이 뛰게끔 과욕을 부리고 있다",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를 보여주기 위해 미친 가격을 지불하도록 팬들을 속여놓고 메시가 뛰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가장 거대한 축구 사기였다", "메시 이름을 사용해 티켓을 팔고 팬들에게 메시가 뛸 거라고 거짓말 하는 걸 중단하라. 이는 메시에게도 상처를 주는 일이다"라고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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