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잠재된 내면의 나를 발견하는 4인의 여정
잠재된 내면 속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작업
문보리·채민정·강민성·최지원 참여
영혼 깊은 곳에 내재된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은 어쩌면 인간의 본원적 욕망이 아닐까. 동양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으로 진선미를 내세우고, 제 모습으로 나타난 아름다움에 대한 몰입으로 생명도 내던지는 서양의 나르시스 이야기를 들지 않더라도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과 동경은 동서양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근본 속성이다.
작가가 하나의 창조물을 만들기까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재된 아름다움을 궁구하는 여정을 조명한 전시가 개최된다. 아르떼제이(ARTE J)는 그룹전 '피어나 : 나의 이야기에 꽃이'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빗 한남에서 진행한다.
전시 제목인 ‘피어나’는 ‘떠오르다’, ‘나타나다’. ‘눈에 띄게 보이다’와 같은 의미를 지니며, 새로운 것이나 주목할 만한 것이 등장하거나 시선을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탐구 과정을 통해 하나의 문화적 창조물이 선보일 때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피어날 우리 삶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동시에 씨앗에 싹이 트듯 삶의 신비로움을 경험하며 진리를 탐색하는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원초적 관계성의 상징이자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복잡한 시간성을 실에 비유하는 문보리 작가는 이들의 관계를 직조작업을 통해 풀어간다. 동양에서 실은 연(緣)을 상징하는 매개체다. 작가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잇는 관계성을 실과 직조로 표현하고 은유한다. 작업의 주재료인 ‘삼실’과 ‘모시실’은 토양을 기반으로 얻어진 보편성과 고유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한국의 전통 소재이자 자연의 소재인 ‘삼실과 모시실’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시간의 관계와 연속성’이라는 비물질적 가치를 직조 부조 작업을 통해 담아낸다.
흙, 유리, 금속,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다루는 강민성 작가는 달항아리 작업을 선보인다. 그가 작업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두 개의 발 형태를 접합으로 제작되는 달항아리의 제작 방식이었다. 부조형의 조형미를 담은 달항아리는 흙을 베이스로 상반된 재료의 치환을 통해 색다른 미감을 보여준다. 작가는 재료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테일의 끝까지 파고 들어가 항상 깊이 있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은 가볍지 않고 흔들림 없는 단단한 풍채가 느껴진다.
채민정 작가는 세라믹을 기반으로 그가 꿈꾸는 무수한 생각이 가득 찬 내면을 여러 개의 포자식물로 표현한다. 수많은 생각들은 모이고 모여 여러 식물이 있는 정원이 된다. 작가가 그리는 생각들은 각각의 식물처럼 다양하게 자라나며, 그 안에서 무수한 생각들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아이디어들이 피어난다.
드로잉, 회화, 그리고 다원 예술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최지원 작가의 작품은 '순간의 인상'을 모티브로 회화를 보다 감각적인 행간으로 탐구한다. 회화를 쉽게 규정하기 어렵고 정의하기 어려운 감각적 경험의 영역을 찾아 나서며, 내면적인 중심을 중요시한다. 그는 '회화는 어떤 색을 가질까?'라는 질문으로 흰 캔버스를 마주하며 작업을 시작하는데, 궁금증의 씨앗은 기호적 선택된 색채, 형상, 그리고 끊임없는 상상력에 의해 뿌리 내린다. 오롯이 자신과 그 안의 탐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내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작가는 이 균형 아래에서 상상할 수 있는 자세가 자신만의 즐거움과 본질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전시를 기획한 정주연 아르떼제이 디렉터는 "작가의 내공과 마음, 평생이 담긴 작품은 결실을 보고 생명을 창조하며 거두고 모아 큰 세계를 이뤄내듯 관람객도 전시를 통해 마음을 넓히고 세상을 밝고 맑게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을 더 환하게 마주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프라이빗 뷰잉으로 리빗한남 구글 폼을 통해 예약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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