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을 잘 지켜주세요

임태희 2024. 2.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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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가 필요한 곳과 길을 막고 있는 전동 킥보드... 시각장애인 이동에는 위험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임태희 기자]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갓 한 달이 되었습니다. 기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일상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은 많이 변했답니다. 무엇이든 좀 더 신선한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때로는 눈빛이 번뜩일 만큼 예리해졌어요. 
 
 반갑습니다.
ⓒ 임태희
 
저는 매일 동네를 한 바퀴씩 운동 삼아 돌고 있는데요, 오늘은 인도에 있는 노란색 블록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입니다. 점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흔히 '점자 블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
ⓒ 임태희
 
시각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블록입니다. 블록을 지팡이로 건드리거나 발로 밟았을 때 느껴지는 촉감으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원래 정상적인 블록은 위 사진과 같아야 합니다만, 길을 걷다 보니 일부 구간에서 블록의 상태는 아래 사진과 같이 좋지 않았습니다.
 
 풀과 흙으로 뒤덮인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 바로 옆에는 나뭇가지가 날카롭게 뻗어 있다.
ⓒ 임태희
제가 눈을 감고 블록을 따라 걸어 보니 풀밭을 걷는 느낌과 잘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블록 위를 뒤덮은 흙과 거기서 자란 풀 때문에 그런 것이었어요. 이 구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각장애인이 있지 않을까 염려스러웠습니다. 또한, 가지가 옆으로 무성하게 뻗은 나무들로 인해 나뭇가지에 살이 긁히거나 길이 완전히 가로막히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잘못 설치된 블록이 제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블록이 지시하는 방향이 틀린 경우도 있고 실제로는 불가능한 동선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어서인데요. 제가 살고 있는 대전 서구의 경우, 구청 홈페이지에 '주민생활불편신고' 게시판을 이용하면 쉽게 시정 요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블록이 길을 제대로 안내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난관이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을 막고 있는 전동킥보드
ⓒ 임태희
   
 길을 막고 있는 전동킥보드
ⓒ 임태희
바로 위와 같이 블록이 지나가는 길을 막고 있는 전동 킥보드들 때문이었어요. 보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시지요? 제가 이 동네에 이사 와서 산책을 한 지도 벌써 8년 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산책을 나온 시각장애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은 1965년 한 일본인이 친구의 실명을 계기로 발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1967년 일본 오카야마 현립 맹인 학교 주변 교차로에 세계 최초로 설치되었습니다. 블록을 발명한 나라답게 일본에서는 블록 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점자블록의 날(点字ブロックの日)'이라는 기념일을 따로 정해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해요.

물론 블록이 잘 관리가 되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주차할 때 조금만 더 신경 써서 한다고 해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몸이 불편하신 분들께서 외출을 하는 일은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잊어선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언제든 누구나 몸이 불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장애인들의 불편은 곧 내 불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우리 주변의 이런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을 조금 더 예민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변화된 눈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혹시 오늘 집 주변을 산책하실 때 아주 잠시만 시각장애인의 시선으로 거리를 걸어본다면 어떨까요?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요?

오늘 기사는 말랑하고 재미나게 구성해 보려고 손그림을 살짝 넣어보았습니다. 어떠셨는지요? 다음 기사에선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상 임 기자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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