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과 예술성 갖춘 ‘일 테노레’의 가능성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2024. 2. 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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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초반 의대생이었지만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 유명한 성악가에게 오페라를 배우고, 이후 조선오페라협회를 세운 테너 이인선.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하는 작품에 제목에서 드러나듯 일제강점기라는 험난한 시대를 다룬 창작 뮤지컬들과 달리 '일 테노레'는 오페라라는 요소가 더해져 작품에 보편성과 예술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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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1940년 초반 의대생이었지만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 유명한 성악가에게 오페라를 배우고, 이후 조선오페라협회를 세운 테너 이인선.

뮤지컬 ‘일 테노레’는 이 한 줄의 역사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조선 최초 오페라 테너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의대생 윤이선과 독립사상 고취 연극을 만드는 대학생 서진연, 이수한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조선 최초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오디컴퍼니

경성시대나 독립운동은 이미 많은 창작 뮤지컬에서 다뤘던 요소로, 지극히 한국적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오페라’라는 요소다.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하는 작품에 제목에서 드러나듯 일제강점기라는 험난한 시대를 다룬 창작 뮤지컬들과 달리 ‘일 테노레’는 오페라라는 요소가 더해져 작품에 보편성과 예술성을 더한다.

작품에서는 윤이선이 처음 듣게 되는 아리아 ‘꿈의 무게’부터 의대 시험에서 머릿속에 온통 오페라 생각 뿐인 윤이선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환상오페라’까지 작품엔 가상의 오페라 ‘꿈꾸는 자들’의 아리아가 지속적으로 반복 연주된다. 실제로 존재하는 오페라가 아닌, 가상으로 만들어낸 아리아임에도 익숙한 고전의 아리아처럼 단번에 귀에 꽂힌다.

곳곳에 유머를 배치하면서 작품의 무게감도 탁월하게 덜어냈다. 경성시대와 독립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이 작품이 동시대 관객과 소통하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각자 다른 목표, 꿈을 두고 오페라를 올리는 윤이선과 서진연의 열정과 고민은 시대를 넘은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극을 이끄는 윤이선 역의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역할은 정통 뮤지컬 배우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가 나눠 연기하는데 각각의 개성이 매우 뚜렷한 배우들인 만큼 이들이 표현하는 윤이선이라는 인물도 다채롭게 만들어진다.

극중 윤이선 역을 연기하는 (왼쪽부터)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 ⓒ오디컴퍼니

‘명성황후’(2002)로 데뷔한 후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스위니토드’ ‘맨오브라만차’ ‘데스노트’ ‘물랑루즈’ 등에서 활약한 홍광호는 폭발적인 성량과 섬세한 연기가 압권이다. 특히 내성적이던 그가 오페라를 만나면서 자신감을 얻는 변화를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홍광호의 창법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2006년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시작해 정상의 자리에 오른 박은태는 윤이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캐스트다. 평소 캐릭터를 만듦에 있어서 누구보다 섬세한 박은태는 윤이선의 걸음걸이부터 눈빛까지 모든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박은태가 표현하는 수줍고 순수한 윤이선은 조금의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서경수 역시 부드러운 창법과 안정적인 연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해 보편성과 예술성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 작품의 주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개성까지 더해지면서 ‘일 테노레’는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대극장 초연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초연인 탓에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 진출에도 무리가 없는 작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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