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 FC서울 입단 이유? 축구 다시 하고 싶을 뿐…다른 목적 없어" [현장리포트]

김정현 기자 2024. 2. 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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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김정현 기자) 제시 린가드(32)는 축구를 하기 위해 대한민국으로 왔다. 다른 유럽 리그나 사우디아라비아 대신 그가 한국에 온 배경이 알려졌다. 

린가드는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린가드는 검은색 모자에 검은색 상하의를 입었지만 그럼에도 화려함이 묻어나는 패션으로 등장, 입국장을 찾은 약 200명 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린가드는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한 손에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 그는 이후 바리케이트 앞에서 캐리어는 내려놓더니 자신을 원하는 모든 팬들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 등을 했다.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훌륭한 팬서비스를 자랑했다.

린가드가 한 곳에서 팬서비스에 응해준 뒤, 다시 다른 한 편에서 팬서비스를 진행했다. 약 2~3분 간 진행된 팬서비스 이후, 그는 구단이 준비한 차량으로 이동하기 위해 발걺음을 옮겼다.

그 순간 팬들과 미디어가 린가드를 따라가면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그를 주변으로 많은 경호 인력이 있었지만, 더 많은 숫자의 팬들을 쉽게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린가드는 다행히 외부로 나와서 서울 구단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별도의 인터뷰 없이 떠난 그는 휴식을 취한 뒤, 오는 6일 구단이 준비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한다.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그는 서울 과 계약을 맺고 K리그 선수가 된다. 

린가드가 많은 러브콜을 뿌리치고 왜 FC서울에 왔을까.

그의 이적에 관여한 한 인사는 이날 인천공항에 나타나 취재진을 만난 뒤 그의 서울행이 순수한 축구 선수로의 발전에 있음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현장에서 "그가 서울과 계약해 다시 축구를 하고 싶어 한다"라며 "다른 목적은 전혀 없다"라며 그가 서울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전했다. 이어 "린가드를 만난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악동 이미지가 있지만, 생각보다 순수하다. 악동이라기보다는 장난기가 많은 순수한 청년"이라고 말했다. 

현재 린가드는 선수 외에 사업가로 활동 범위를 넓힌 상태다. 그는 의류 브랜드 '제이링즈'를 런친했고 지난 2021년엔 e 스포츠 구단 R6 게임단을 인수하며 제이링즈 e스포츠를 출범해 운영 중이다. 

여러 방면에서 한국 입성이 여러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일단 축구 선수로 부활을 선언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한국, 그 중에서도 수도를 연고로 하는 FC서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게 이적 관계자의 설명이다.

린가드가 입국하면서 며칠간 한국은 물론 유럽 축구계를 들썩이게 했던 린가드 '이적 사가'가 끝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영국 중계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2일 "린가드가 한국으로 '깜짝 이적'을 눈앞에 뒀다. FC서울행이 임박했다"며 "기본 2년에 1년을 연장하는 조건을 포함해 구두로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수일 내로 출국해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출발을 원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2+1년이라는 계약 조건과 함께 "린가드가 (FC서울행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스카이스포츠와 달리 "이 시점에서 린가드가 FC서울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 구단 관계자 역시 2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린가드 측과 접촉했다. 입단을 두고 협상 중인 게 맞다"라고 인정했다.

1992년생 린가드는 한때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유에서도 공격진 핵심으로 활약한 선수였다. 맨유에서 통산 출전 기록만 봐도 200경기가 넘는다.

2000년 7세 때 맨유 유스 팀에 입단한 린가드는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더비 카운티에 임대된 뒤 2015-2016시즌부터 원소속팀인 맨유에서 본격적으로 입지를 넓혔다.


해당 시즌 루이 판할 감독의 지도 아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경기에 나선 린가드는 2019-2020시즌까지 리그 20경기 이상 출전하며 주축으로 뛰었다.

2017-2018시즌에는 리그 33경기를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등 공식전 48경기에서 13골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휘한 맨유 공격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이런 맨유에서 활약을 인정받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돼 32경기에 출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4강까지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잉글랜드가 치른 7경기 중 6경기를 뛰었고, 그 중 4차례가 풀타임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1골 2도움을 올렸다.

전성기 시절 린가드의 최대 장점은 공격 진영에서 보여주는 왕성한 활동량이었다.


공을 소유하지 않을 때 움직임이 뛰어나 유사한 장점을 보인 '맨유 선배'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와 팬들 사이에서 비교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0-2021시즌 들어 맨유에서 입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로 임대 이적하며 둥지를 잠시 옮겼다. 웨스트햄에서 뛴 16경기에서 9골을 폭발한 린가드는 다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정도로 기량을 회복한 듯했으나 이후 시즌부터는 활약이 잠잠했다.

2021-2022시즌 맨유에서 정규리그 16경기에 출전, 2골에 그친 린가드는 이 시즌을 마지막으로 맨유를 떠났다. 맨유에서 통산 기록은 232경기 35골이다.

린가드는 맨유에서 힘들었던 시기에 술을 마시며 견뎠다고 고백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린가드는 "잠에 들기 전에 술을 마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랬지'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당시에는 고통을 덜어줄 뭔가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10배는 더 나빠지곤 했다"고 입을 연 린가드는 "많은 비난을 받았고 충분히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었지만 경기를 뛰어야 했다. 난 계속 '제시 린가드'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내 어깨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 우울증도 너무 심해져서 더 이상 돌보지 못하고 도움을 받아야 했다"며 "11살이었던 여동생, 15살 남동생을 두고 난 이런 일들을 겪어야 했다"고 돌아봤다.

맨유를 떠난 린가드는 노팅엄 포레스트로 FA 이적하며 재기를 노렸다.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는 17경기에 나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카라바오컵에서 3경기 2골 2도움을 기록했지만, 리그에선 전반기 활약을 제외하고 후반기에 대부분 결장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의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출전 기록은 공교롭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 후반 43분 교체 출전이다. 

이후 린가드는 노팅엄에서 계약 만료로 무적 신세가 됐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여러 팀을 전전하며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건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알 에티파크다. 여름부터 몇 주간 훈련을 함께 한 그는 제라드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해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외에도 린가드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와도 훈련을 진행했고 임대로 뛰어 활약했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도 다시 재영입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무산됐다. 린가드가 요구하는 거액의 연봉을 도저히 맞춰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최근 오일머니로 유럽 슈퍼 스타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사우디 리그도 린가드를 데려오는 데 실패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팀 없이 지내던 린가드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에 자신을 역제안 했다. 높은 연봉을 제시했던 여름과 달리 거의 공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스포르트는 "린가드는 노팅엄을 떠난 뒤 소속팀 없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훈련 중이다. 옛 영광을 되찾고 싶어하는 린가드는 바르셀로나가 훌륭한 발판이 될 거라고 여기고 있으며 남은 시즌 동안 200만 유로(약 28억원) 미만의 비용이 들 것이다. 이는 바르셀로나의 재정적페어플레이(FFP) 규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우디 이적설도 다시 재점화 됐다.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가 뛰고 있는 알샤밥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우디 이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럽 튀르키예 리그에서도 린가드에게 관심을 보였으나 린가드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레 FC서울 이적설이 터졌다.

스카이스포츠는 "린가드가 서울로 '충격 이적'을 앞두고 있다. 린가드는 사우디, 튀르키예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한국 이적을 선호했으며, 가장 흥미를 보였던 선택지였다"라면서 "린가드는 불과 7세에 맨유와 계약했으나 이제 그는 완전히 새로운 나라에서 산뜻한 출발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BBC 또한 "린가드는 지난 몇 달 동안 수많은 제안을 받았다. 사우디와도 이야기를 했지만 어떤 팀과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K리그1의 FC서울이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린가드에게 제안했다"라고 전했다.

메트로는 "린가드가 한국의 FC서울로 충격적인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2+1년이며 계약을 마무리짓기 위해 며칠 내로 한국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가 3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시 린가드가 FC서울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았고 곧 한국으로 들어올 거라고 전했다. 

기자는 "린가드가 FC서울로부터 공식 제안서를 받았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이에 합의했고 준비한다"라며 "그는 구단을 방문해 이적을 완료하기 위해 다음 주 초 한국으로 이동하려고 준비했다"라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히어 위 고 순(Here we go soon)을 띠웠다. 

기자는 앞서 2일엔 영상을 통해 직접 린가드의 소식을 전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린가드는 새로운 챕터를 앞두고 있다. FA인 그는 한국 클럽인 FC서울과 계약을 준비한다. 계약이 임박했다."라며 "2년 계약을 맺는 최정 레터가 오갔고 린가드는 잉글랜드를 떠나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린가드는 잉글랜드를 떠나 사우디 클럽 알 에티파크와 훈련을 경험했다. 스티븐 제라드 감독은 그와 계약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서울이 제안을 했다. 그리고 합의에 도달했다"라고 마무리했다. 

이적시장에서 사실상 모든 소식을 다루는 로마노 기자가 충격적인 린가드 이적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K리그행이 사실상 임박했다. 

충격적인 소식에 많은 팬들이 반신반의했다. 지금까지 K리그 이적설이 나왔던 선수 중에서는 가히 최고의 명성을 가진 선수이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이 린가드와 협상 중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이번 시즌 김기동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서울은 현재 공격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보강이 필수다.

일류첸코, 윌리안, 조영욱 등을 보유하고 있으나 일본 J리그 마치다 젤비아로 이적한 나상호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상태다.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등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린가드를 영입함으로써 무게감을 더할 계획이다.


관건은 사우디도 거절한 린가드의 높은 연봉이다.

지난 2023시는 K리그1 최고 연봉자인 세징야(대구)의 15억 5000만원을 단 한 달 반 만에 받는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의 선수단 총 지출액이 132억 396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연봉보다 적은 선수단 비용을 지출하는 린가드가 서울행을 택한 것은 단순히 돈을 본 선택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간 공식 경기를 치르지 못한 것이 그의 서울행 선택의 이유로 풀이된다. 

영국 현지도 린가드의 FC서울 이적 소식에 깜짝 놀랐다.

영국 BBC 소속 기자 사이먼 스톤은 김기동 FC서울 감독의 인터뷰도 소개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김 감독은 "2~3주 전에 린가드 영입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단장에게 물었더니 '접촉한 건 맞는데 거래가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라면서 "린가드가 온다면 더 많은 해외 팬들이 K리그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다만 (린가드가) 한동안 경기를 뛰지 않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기대하기보다 적응할 시간을 줘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비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만큼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더불어 서울은 린가드와 계약을 체결한다면 더욱 흥행몰이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지난 2023시즌 평균 관중 2만2633명을 기록하며 국내 프로스포츠 최다 평균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4월 8일 대구와의 홈 경기 때 가수 임영웅 시축 효과로 4만5007명의 구름 관중이 입장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프로스포츠  단일 경기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운 서울은 만약 계약이 성사된다면, 올 시즌엔 '린가드'라는 흥행 카드로 또다른 흥행 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린가드는 흥행 뿐만 아니라 서울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적이 성사되고 그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유니폼이 아닌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뛴다면 K리그 최고의 빅네임 선수가 될 예정이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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