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이야기]축포 쏘는 K-방산 자주포… 비결은 ‘맞춤형 생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가보니
6만1312평 크기 55개동 중 2사업장
K-9 자주포·천무 등 기동 체계 8종 생산
지상무기 체계 70~80% 로봇이 용접
자동화로 연 400여대 궤도차량 생산
천무의 경우 월 1대 생산 가능해
수입국 요구에 맞춰 기능도 달라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은 T-34 전차를 끌고 남한을 공격했다. 우리 군은 두려웠다. ‘강철 괴물’이라고 불렀다. 전차 한대 없었던 국군에게는 당연했다. 북한은 1970년대 T-62 천마호까지 자체적으로 전차를 대량생산했다. 우리 군은 다급해졌다. 1980년대가 돼서야 한국형 차기 전차 계획을 수립했고, 최초의 국산 전차 K-1이 탄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88전차’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차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K-9 자주포는 ‘K-방산’의 자존심이 됐다.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1위다. 이달 8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World Defense Show 2024(WDS·사우디 방산 전시회)’에서는 국산 엔진을 최초로 장착한 K9 자주포가 처음 공개됐다. 여기에 레드백 장갑차와 천검을 장착한 무인 수색 차량, 타이곤, 사거리 290km의 천무탄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흐름의 선두에 서 있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해마다 생산라인을 늘릴 정도로 ‘K-방산’ 수출에 두각을 드러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을 찾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은 크기만 20만㎡(6만 1312평)다. 55개 동 중 지상 사업을 담당하는 2사업장으로 향했다. 생산공장 안에는 공장라인을 일컫는 스팬(Span)이 모두 7개가 설치됐다. 스팬마다 조립하는 지상무기체계가 다르다. 현장에서는 K-9 자주포, 천무, 레드백 등 기동 체계 8종을 생산 중이었다. 주력 지상 무기체계에서 파생된 차량 생산도 가능하다. 천무의 파생 차량으로 천무 탄약 운반 차량을 만드는 식이다. 1 스팬은 좌우로 구분되는데 로봇 용접 구간과 수작업 용접 구간으로 나뉘었다.
지상무기 체계 70~80%의 용접 작업은 로봇이 맡는다. 로봇팔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은 사람이 직접 용접한다. 용접을 마친 은색 차체는 마치 대형 조립부품 같았다. 회사 관계자들은 겉모습만으로 120mm 자주박격포, K200 등으로 구별했다. 기자 눈에는 다 똑같아 보였다. 2 스팬으로 넘어가자 레일을 따라 화물을 운반 중인 이동식 무인대차(RGV)가 다가왔다. RGV는 15t까지 적재할 수 있어 전차 상부 정도는 거뜬히 운반했다.
지상무기 70~80%는 로봇이 용접
최재완 생산과장은 “자동화 덕분에 연간 400여대의 궤도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며 “폴란드에 수출한 천무의 경우 월 1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6 스팬으로 가니 우리 군이 운용 중인 천무가 눈에 들어왔다. 천무는 한자 하늘 천(天)과 우거질 무(茂)로 ‘다연장로켓으로 하늘을 빈틈없이 뒤덮어 버린다’는 의미다. 우리 군의 ‘구룡’(K136) 다연장로켓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했다. 표적에 따라 130㎜ 포드화탄, 230㎜ 무유도로켓, 239㎜ 유도로켓 등 다양한 탄종의 운용이 가능하고 30초 만에 축구장 12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생산 중인 천무는 우리 군이 사용하는 천무와 색이 달랐다. 수입국의 요구 사항에 맞췄기 때문이다. 기능도 달랐다. 연료 냉각과 냉방 성능이 대폭 보강됐다. 요구에 따라 지뢰방호차량(MRAP)처럼 방호력도 강화할 수 있다. 본체 차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8개의 차량 바퀴 크기는 성인 허리보다 높았다. 총알을 맞아도 시속 45km의 속도로, 45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특수타이어였다.
자체 생산 차량은 지역 특성에 맞게 맞춤형 생산
각 바퀴에는 독립장치가 장착됐다. 연약지반을 달릴 경우 자동으로 공기압을 낮춰 접지력을 높이고 포장도로를 달릴 때면 공기압을 높여 주행 성능을 높인다. 바퀴 두 개를 지탱하는 축마다 별도의 동력이 달려 지뢰를 밟아도 이동에 문제가 없다. 승무원이 탑승하는 구조물도 보였다. 유리는 일반 차량 유리보다 3~4배는 두꺼웠다. 방호 레벨만 2. 웬만한 소총 공격은 방어할 수 있다. 승무원의 생존력을 높였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1.6㎞ 길이의 트랙이 있는 지상 테스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폴란드 수출모델인 ‘천무 호마르-K(HOMAR-K)’에 올라탔다. 호마르-K는 폴란드 국영방산업체인 PGZ그룹의 옐츠(JELCZ)가 공급한 발사대 차량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 모듈과 유도탄을 장착한다. 호마르-K에는 사거리 80㎞의 유도탄과 사거리 290㎞의 장사거리 유도탄이 탑재된다.
운전석은 생각보다 넓었다. 3평 규모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뚜껑도 달렸다. 전시 상황에는 뚜껑을 열고 사격을 할 수 있다. 엔진에 시동을 걸고 굉음을 내며 주행 트랙을 내달렸다. 시속 50km. 코너링은 자연스러웠다.
강훈구 기술과장은 “국산 천무의 경우 동급 일반차량에 비해 무거워 운전할 때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승차감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며 “운전 방식도 일반 차량과 차이가 없어 운전병이 적응하기 쉽다”고 말했다.
주행을 끝내고 나니 ‘K-방산의 주역’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 120mm 자주박격포 ‘비격’, 보병전투장갑차(IFV) K-21, 자주대공포 K30 비호복합, 30mm 차륜형대공포 ‘천호’, 천무가 일렬로 주행시험에 대기하고 있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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