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나고 연봉 줄었어도…야구장에서 웃음을 찾았다 [멜버른 인터뷰]

조은혜 기자 2024. 2. 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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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밝아졌다, 야구장에서 행복해 보인다, 이런 말을 되게 많이 해주니까 그런 말 들으면 저도 행복하죠."

이재원은 "기존 선수들은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명기나 강민이 형은 안다. 그래도 좀 많이 밝아졌다, 그래도 야구장에서 행복해 보인다, 이런 말을 되게 많이 해주니까 나도 그런 말을 들으면 행복하다. 많이 '업' 된 것 같기도 한데, 이건 야구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이 팀에 있는 한 항상 밝고 파이팅 있는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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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멜버른(호주), 조은혜 기자) "많이 밝아졌다, 야구장에서 행복해 보인다, 이런 말을 되게 많이 해주니까 그런 말 들으면 저도 행복하죠."

인천숭의초, 상인천중,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6년 SK 와이번스 1차지명으로 프로 무대를 밟은 이재원은 고향팀에서만 18년을 뛰었다. 인천을 떠나기로 결심한 건 그저 야구를 더 하기 위해서. 정확히는 '본래 이재원의 모습으로' 야구를 더 하기 위해서였다. 

원클럽맨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20년 가까이 몸 담았던 팀을 떠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은퇴의 기로에 섰던 이재원은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올해 연봉은 5000만원. 한때 무옵션 69억의 거액 FA 계약도 했던 때와 비교하면 적은 액수.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숫자보다 중요했던 건 자신의 모습, 그리고 마음이었다.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멜버른 볼파크에서 만난 이재원은 "(SSG에서) 코치직 제안도 받았고, 은퇴를 했으면 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원래 모습, 인간 이재원의 모습을 평범하게라도 보였다면 그대로 그만둘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다운되어 있었고, 표정도 안 좋았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내가 워낙 힘들어 했다. 나도 힘들었지만 주위에서 되게 힘들어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어린 선수들과 호흡해 보면서 나도 내 모습을 찾고, 팀에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한화에 오게 됐다. 그런 타이밍에 불러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있다"고 털어놨다.

새 팀에서는 표정이 달라졌다. 이재원은 "선수들이나 코치님들도 같이 했던 분들이고, 프런트분들도 워낙 잘해주셔서 그냥 원래 있던 선수 같다"고 웃었다. 이명기, 김강민, 이태양, 정경배 코치, 박재상 코치 등이 SS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식구들이다.

이재원은 "기존 선수들은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명기나 강민이 형은 안다. 그래도 좀 많이 밝아졌다, 그래도 야구장에서 행복해 보인다, 이런 말을 되게 많이 해주니까 나도 그런 말을 들으면 행복하다. 많이 '업' 된 것 같기도 한데, 이건 야구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이 팀에 있는 한 항상 밝고 파이팅 있는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 보면 또 야구도 잘 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거고, 그게 가장 첫 번째였다. 내가 만약 이렇게 야구를 그만두고 지도자를 한들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얘기를 전 구단에서도 했다. 그런데 오니까 너무 좋다. 선수들도 착하다. 너무 착해서 문제일 정도"라고 웃었다.

이재원은 "사실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처음이니까 '내가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기대도 됐지만 걱정이 더 컸는데, 그래서 차라리 빨리 캠프를 오고 싶었다. 그래야 빨리 적응할 것 같았다. 막상 오니까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얘기했다.

피칭장에서는 늘 이재원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와 유쾌한 멘트로 투수들의 사기를 북돋는다. 일부러 더 텐션을 올리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이재원은 "일부러는 안 되더라. 억지로 하면 방에 들어가면 녹초가 되고 '현타'가 오더라"고 웃으면서 "진짜 공이 좋아서, 진짜 행복해서 진심으로 나온 파이팅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멜버른(호주), 조은혜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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