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꼼수 위성정당…이재명의 악수, 여당도 책임 크다 [view]

오현석, 김정재 2024. 2.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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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의 ‘꼼수 위성정당’ 사태가 4년 만에 되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연합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 선언해서다. 이에 따라 ▶위성정당 창당 ▶의원 꿔주기 ▶비례 순번 잡음 ▶유세 때 ‘점퍼 뒤집어 입기’ 등 4년전 구태가 재연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준(準)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맞은편 역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책임을 여권에 돌렸다.

대선 후보 시절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했던 그는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국민께 약속드렸던 위성정당 금지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거듭 밝혔다. 다만 자신이 만드는 비례정당은 ‘준위성정당’으로 지칭하면서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여권은 “대국민 기만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말한 통합비례정당은 곧 위성정당”이라며 “도로 위성정당을 차릴 거면 선거법 처리 시한까지 넘기며 뜸을 들인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의석수를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민주당의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했고, 4년 전 패스트트랙 사태 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장고 끝에 악수”라고 규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위성정당 금지’는 2022년 대선 당시의 그의 공약이었다. 뉴스1


그간 물밑에서 진행되던 여야의 선거제 협상도 ‘노딜(no deal)’로 끝나게 됐다.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은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구 의석과 무관하게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지역구 후보가 비례후보로도 등록하는 이중등록제 ▶3% 득표 정당의 1석 ‘우선 배정’ 등을 두고 막판까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유지에 대비해 위성정당 명칭을 ‘국민의미래’로 정하고 지난달 31일 온라인 창당발기인 대회까지 마친 상태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 뒤로 ‘병립형 회귀’로 기울던 민주당 기류가 급격히 선회한 건 진보진영 전반의 거센 반발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물론, 우원식·이탄희 의원 등도 준연동형 유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같은 반발 기류에 민주당 지도부는 전당원 투표로 ‘병립형 회귀’를 관철하려고 했지만 “천벌 받을 짓”(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라는 역풍에 휩싸였고,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일 최종 결정권을 이 대표에게 위임했다. 전날(4일) 이 대표의 예방을 받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제3세력들까지 힘을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은 이 대표가 현행 제도 유지 및 연합 위성정당 창당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위성정당 사태가 4년 만에 반복되기까지 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3지대 정당의 한 관계자는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까지 열어 다양한 논의를 거쳤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 외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거대 양당의 습관화된 비토크라시(vetocracy)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제 관건은 민주당이 띄우기로 한 ‘연합 위성정당’의 대상과 방식이다. 정치권에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새진보연합과 조국 전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토 중인 신당 등이 연대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대표는 “지금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특정하긴 매우 어렵다”라고만 했다. 4년 전 위성정당 창당을 맹렬하게 비판했던 녹색정의당은 “최악(병립형 회귀)은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원장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2중대’ 정당을 취사선택해 손잡는 게 다양성을 구현하자는 준연동형 취지에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오히려 4년 전보다 후퇴했다”고 말했다.

오현석·김정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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