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박혜상 “새 앨범 콘셉트는 ‘살아가는 동안 빛나라’에요”

장지영 2024. 2. 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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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에서 두 번째 앨범 ‘숨(Breath)’ 발매…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소프라노 박혜상이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새 앨범 ‘숨(Breath)’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

“앨범을 준비할 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죽음을 많이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세이킬로스 비문을 접하면서 ‘살아가는 동안 빛나라’를 앨범의 메시지로 정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국립오페라 등 세계 무대를 누비는 소프라노 박혜상(35)이 최근 새 앨범 ‘숨(Breath)’을 발매했다. 박혜상은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은 유일한 아시아 성악가다. 이번 앨범은 2020년 낸 1집 앨범 ‘아이 엠 헤라(I AM HERA)’ 이후 4년 만의 새 앨범이다. 그리고 오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번 음반 발매를 기념한 리사이틀 ‘Breath: 숨’을 연다.

박혜상은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정적인 마음이 가득 찬 때이다보니 새로 준비하는 앨범의 콘셉트를 죽음으로 정했다. 그리고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 등의 단계를 앨범의 스토리라인으로 만들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나 스스로 동굴 속으로 깊이 들어가 어둡고 우울한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때 세이킬로스의 비문을 접하고 내가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소프라노 박혜상이 DG에서 발매한 두 번째 앨범 ‘숨(Breath)’.

‘세이킬로스의 노래’라고도 불리는 세이킬로스의 비문은 고대 그리스의 악보 중에서 곡 전체가 온전히 남아있는 유일한 것이다. 서기 1~2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결코 그대 슬퍼하지 말라. 인생은 찰나와도 같으며, 시간은 마지막을 청할 테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혜상은 “비문은 세이킬로스가 아내를 잃고 묘비명에 적은 것이라고 한다. 1~2세기에 살았던 사람의 마음이 지금의 내게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현대음악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곡 ‘시편’에 세이킬로스의 비문을 넣어 편곡한 작품 ‘당신이 살아있을 동안’(While You Live)이 첫 곡으로 실렸다. 박혜상이 직접 하워드에게 의뢰한 곡이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18세 소녀가 감옥에서 엄마에게 쓴 편지 내용을 담은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가사 없이 ‘아’라는 단어로만 되어 있는 비반코스의 ‘보컬 아이스’,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의 관현악곡인 명상곡에 ‘아베마리아’ 가사를 붙인 ‘마스네: 아베마리아’ 등이 담겼다. 박혜상은 “중구난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 곡의 메시지는 같다. 죽음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와 믿음에 대한 것으로 ‘사랑하자.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니 슬퍼할 시간에 빛나게 살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소프라노 박혜상이 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새 앨범 ‘숨(Breath)’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

박혜상은 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2022년 8월 산티아고 순례길도 다녀왔다. 매일 20~30km씩 25일 순례길을 걷는 동안 그는 살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와 함께 그는 자각몽(꿈을 꾸고 있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꾸는 꿈)을 꾸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그는 “물속에서 숨을 참고 참다가 죽을 수도 있는 순간에 가장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때 앨범 제목을 ‘숨’이라고 결정했다”면서 “앨범 재킷을 수중 촬영 사진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틈틈이 태국에서 프리다이빙 수업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앨범에는 우효원의 ‘어이 가리’ 등을 수록해 한국 가곡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그는 2020년 첫 앨범에 한국 가곡을 넣는가 하면 해외에서 리사이틀을 가질 때 프로그램에 꼭 한국 가곡을 포함시켰다. 그는 “내가 그렇게 애국심이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한복을 입을 때나 한국 가곡을 부를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힘이 있다”면서 “나의 뿌리를 알리고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궁금함을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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