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결국 또 위성정당인가

신종수 2024. 2. 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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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 구현 위한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제’ 약속 저버려

4월 총선 이후에도 거대 양당
대결 정치 계속될 우려 커졌다

시간 끌며 정치적 득실 계산
하고 좌고우면한 과정도 문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결국 ‘위성정당이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약 이후 그동안 여러 차례 했던 대국민 약속과는 다른 것이다. 물론 양당 정치를 고착화시키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실리(병립형)보다 명분(준연동형)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를 놓고 좌고우면하면서 논란을 벌인 끝에 결국 위성정당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 개혁과 비례대표제 강화는 평생의 꿈이라던 이 대표의 말도 공허해졌다.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오래 끌어 온 선거제 문제가 결국 이런 식으로 결론난 데 대해 허탈해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결론도 결론이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하나 하나 짚어보면 비판받을 대목이 적지 않다. 당초 이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바 있다. 이 대표 측근인 정청래 의원도 “다른 당을 도울 만큼 민주당이 여유롭지 않다”며 “총선은 자선사업이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은 병립형을 염두에 두고 지난 주말 모바일 투표 방식으로 선거제 관련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려 했다. 그러나 거센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이 대표가 약속을 번복하면서 전 당원 투표 뒤에 숨으려 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정치적 이익은 취하면서 책임은 피하려 한다는 비판이었다.

그런가하면 이 대표 측은 전 당원 투표를 옹호하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은 “국민투표하면 국민에게 책임 떠넘기는 건가? 국민에게, 당원에게 묻는 것이 주권재민 민주주의 헌법정신 아닌가? 중요한 정책을 당원에게 묻는 것이 나쁜가? 참 이상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도 “선거제 결정을 위한 전 당원 투표를 적극 환영한다”며 “정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당원이다. 국회의원들이 갈팡질팡해온 선거제를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에 따르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거들었다.

전 당원 투표는 용어부터 엄청 민주적인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전 당원 투표는 해보나마나 결과가 뻔한 것이다. 요즘 정치 현안에 대해 가장 알기 쉽고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은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전 당원 투표라는 걸 흔히 당권은 당원에게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개 하는 말인데, 원래 히틀러도 ‘국민만 보고 간다’고 그랬다. 독재자가 항상 하는 소리가 국민만 보고 가고 이 대의제를 무시하고 당원 투표해서...그 못된 짓은 다 전 당원 투표해서 했잖나. 무슨 서울, 부산 (재보선때 후보를) 낼 때며 당헌 개정 할 때 곤란한 건 다 당원 투표에 맡겨가지고 한 거 아니냐. 위성정당 만든 것도 그 당원 투표하지 않았나? 하여튼 대개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 투표를 해서 하더라.”

민주당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전 당원 투표로 뒤집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또 지난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선거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전 당원 투표로 바꿔 후보를 낸 바 있다. 정청래 의원은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며 전 당원 투표를 주장했지만 국민투표도 국민투표 나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3선 개헌과 1972년 유신헌법 제정을 국민투표로 정당화했다.

민주당이 억지 논리와 꼼수가 아닌 원칙과 명분이 있는 정치를 하는 날은 언제일까. 대권을 꿈꾸는 이 대표가 좌고우면 하면서 오래 시간을 끄는 것을, 평생의 꿈이라던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 개혁을 포기하고 결국은 눈앞의 정치적 실리를 선택하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지켜봤다. 이 대표는 “연동형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준위성정당”이라고 했지만 준 자 하나를 붙인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민주당 위성정당에 맞서 국민의힘도 위성정당을 창당할 예정이어서 22대 국회도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가 재연되게 생겼다. 이런 대결 정치를 끝낼 수 있는 정치 개혁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신종수 논설위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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