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페널티킥 잔혹사

노석철 2024. 2. 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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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PK)은 '러시안 룰렛' 처럼 키커에게 살떨리는 게임이다.

PK 지점은 골문에서 11m이다.

그런 부담 탓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2018년, 2022년 월드컵에서 잇따라 PK 기회를 날렸고, 킬리안 음바페는 지난해 한 PK에 두 번 실패한 적도 있다.

PK 실패로 아예 그라운드를 떠난 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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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철 논설위원


페널티킥(PK)은 ‘러시안 룰렛’ 처럼 키커에게 살떨리는 게임이다. PK 지점은 골문에서 11m이다. 키커가 찬 볼은 평균 시속 112㎞로 0.3~0.4초만에 골문에 닿고, 골키퍼 반응 속도는 0.6~0.7초라고 한다. 확률상 구석으로만 차면 키커가 유리하다. 불리한 골키퍼가 미리 한쪽 방향으로 다이빙하는 이유다. 하지만 심리적 부담은 키커가 훨씬 크다. 골키퍼는 볼을 막아내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그만이지만, 키커에게 성공은 당연하고 실패하면 모든 비난을 뒤집어 써야 한다. 그런 부담 탓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2018년, 2022년 월드컵에서 잇따라 PK 기회를 날렸고, 킬리안 음바페는 지난해 한 PK에 두 번 실패한 적도 있다.

키커 선정 방식에서도 심적 부담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일본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3명이나 실축해 패배했다. 당시 일본 감독이 키커를 직접 지명하지 않고 희망자가 차도록 한 게 도마에 올랐다. 감독이 지명하면 선수는 실축해도 면피가 되는데, 희망자 자원 방식으로 선수들의 부담감을 높였다는 것이다.

PK 실패로 아예 그라운드를 떠난 선수도 있다. 한때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혔던 임국찬(83)은 1969년 호주와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PK에 실패한 이후 미국 이민을 떠났다. 이회택이 얻어낸 PK를 대신 찼는데 골키퍼 선방에 막혀 16년만의 월드컵 진출이 무산되자 그가 희생양이 됐다. 콜롬비아 선수들은 2018년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로 패한 뒤 마피아의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PK에 선수들의 명운이 걸린 셈이다.

이번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전에서 PK를 성공시킨 황희찬은 ‘멘탈 갑’이었다. 그는 손흥민이 얻어낸 PK 상황에서 “형 내가 찰게”라며 나섰다. 전후반 90분이 지났고 0대 1로 뒤지는 상황에서 남이 만든 PK 기회를 날려버리면 역적이 될 순간이었다. 황희찬은 부담을 이겨내고 가볍게 차 넣었다. 한국은 사우디와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도 연속 4명이 성공했다. 이런 정신력이라면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

노석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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