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위기의 어머니,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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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날개'를 달면 빚은 너무나 달콤해진다.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이미 위기 신호를 보낸다.
부채는 '위기의 어머니'로도 불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요국이 가계부채, 기업부채 다이어트를 할 때 한국은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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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날개’를 달면 빚은 너무나 달콤해진다. 싸게 빌려서 자산을 확보하는 건 물론이고 짭짤한 투자수익도 거둘 수 있다. 장기 저금리는 빚에 부채라는 다소 고상한 어감의 이름을 붙여줬다. ‘부의 증식수단’이라는 지위로 밀어 올리기도 했다. 너도나도 부채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매혹적인 열풍에 올라타야만 했다. 근로소득으로는 집을 포함한 자산의 달리기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땀 흘려 버는 돈보다 빚을 지고 얻은 집, 빚으로 투자한 주식 등이 더 많은 돈을 약속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 경제는 ‘부채 팬데믹’이라는 변곡점에 서 있다. 소득증가율이 떨어지면서 상환할 수 있는 무게보다 무거운 빚을 진 가계, 기업이 속출하는 중이다. 저금리일 때 감당 가능했던 부채는 급격하게 오른 기준금리의 폭풍에 휩싸였다.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이미 위기 신호를 보낸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5%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80%를 위험수위로 본다. 한국은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1위이고, GDP보다 가계부채가 많은 유일한 나라다. 소득의 7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쓰는 사람이 295만명에 이른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를 넘는 이들은 171만명이나 된다.
DSR 100%를 넘는다는 건 소득 전부를 빚 갚기에 써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기업부채도 심상찮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상장사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번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은 42.4%에 달했다. 국제금융협회 조사를 보면 한국 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26.1%나 된다. 홍콩(267.9%) 중국(166.9%)에 이어 3위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숱한 위기를 헤쳐나올 때마다 가계, 기업, 정부라는 ‘방파제’로 견뎌냈다. 정부·기업이 휘청일 때 가계가 버텨줬고 금붙이를 모아 외환보유고에 보탰다. 가계와 정부가 곤경에 빠졌을 땐 기업이 힘을 내줬다. 그런데 지금 두 개의 방파제는 위태롭다. 부채의 파도는 정부라는 방파제도 덮치는 중이다. 아직 국가 재정건전성은 나쁘지 않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48.9%에 그쳤다. 대신 속도가 문제다. 1년 만에 4.7% 포인트 높아졌는데, 홍콩 아르헨티나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부채는 ‘위기의 어머니’로도 불린다. 가계, 기업, 국가를 파산으로 내몰지 않더라도 소비 급감, 투자 위축, 경기 침체라는 ‘고통의 수레바퀴’를 굴리면서 여러 위기를 잉태한다. 한국은 20년가량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요국이 가계부채, 기업부채 다이어트를 할 때 한국은 예외였다. 반대로 내달린 결과는 가계부채, 기업부채에 이어 정부부채에까지 들어온 빨간불이다. 늘 위기는 약한 고리에서 출발한다. 한국 경제에선 이게 가계부채이고 부동산일 확률이 높다. 부동산을 둘러싼 공급·교통·금융 정책이 신중하고 예민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노출하는 모습은 ‘정책 엇박자’ 혹은 ‘정책 부조화’에 가깝다. 한꺼번에 쏟아낸 재건축 규제와 부동산 세제 완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대는 시장 연착륙이 아니라 과열을 유발한 씨앗을 품고 있다. DSR 규제 강화로 대출을 옥죄는 한편에선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확대 시행 등으로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축으로 들썩인다. 하나하나는 좋은 약이지만 한데 엮여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라도 ‘경고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
김찬희 편집국 부국장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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