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17> 인간의 가장 파국적 행위 중독, 성관계 중독

2024. 2. 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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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라틴어 어원은 ‘addicene’으로 ‘양도 혹은 굴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예로 고대 로마 법정에서 ‘addict’란 용어는 잡혀서 감금된 노예 즉, 주인에게 넘겨져 자신에 대한 주권이 없는 사람을 의미했다. 노예들은 어떤 사물에 대한 소유권을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들인데 이러한 사람들을 당시에는 addict 즉, 현대어 ‘중독’과 같은 단어로 표현했다.

중독은 중독자 스스로가 그 무엇의 노예가 돼 점차 무기력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신체적, 심리적 또는 사회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이에 의존하는 특정 행동이나 특정 물질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불안, 자극성, 떨리거나 메스꺼움 등 명확한 금단 증상을 유발하는 습관성 욕구와 물질, 행동에 대한 강박적, 만성적, 생리학적, 심리적 욕구를 말한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중독(addiction)이 알코올, 니코틴, 마약류 등의 물질에 의존성을 가지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특정 행위 즉 도박중독, 쇼핑중독, 성행위 중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성행위 중독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과도한 성 충동과 성 관련 행위를 통제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성행위를 지속하는 증상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개인이 직면한 가장 파괴적인 중독 중 하나이다.

성행위 중독에 이르게 되면 심리적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특히 관계나 애착의 대상으로 성적 공상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성적 행위를 취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성적 욕구를 충족하지만 이후에는 후회와 죄책감에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해 경험하게 된다. 카르네스 박사는 성행위 중독에 빠지게 되면 성행위를 하는 것을 사랑이라 여기고 그것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적어도 성행위를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다가 성행위를 하고 있지 않을 때는 사랑받고 있지 못한다고 느끼며 다시 불안감에 빠진다는 점에서 성 중독을 관계 중독으로 보았다.

중독적 성행위 경험은 자신이 가치 없는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신념을 강화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타인에게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의 은밀한 성적 행동들을 감추는 것에 온 힘을 기울이느라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소외시켜 스스로 관계를 단절시키고 외로움 가운데 놓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 중독적 매몰은 성행위에 대해 몰두와 탐색을 하는 몰입 단계, 특별한 절차들로 자극과 흥분을 강화하는 의식화 단계, 실제적인 성적 행위로 인해 통제할 수 없는 강박적 성행위 단계, 반복적이고 강박적인 성적 행위를 통해 수치감, 절망감, 자기 혐오, 무력감 등의 각종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는 절망 단계, 성적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중독방식이 굳어져 영속성을 갖게 되는 성행위 중독의 강화단계를 거친다.

강박적이고 중독적인 성행위에 빠지면 여러 명의 일회적 성관계 상대방과 콘돔이나 피임약 같은 피임 기구의 준비 없이 이뤄지는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 등 각종 성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성행위 중독에 관한 가장 큰 문제점은 성 중독자 자신이 성 중독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성 중독자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많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의 성행위 패턴이 숨기려는 많은 내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빈번히 실패해 고통받고 있다. 즉, 성행위 중독자는 본인의 불합리한 성 행동으로 인해 해로운 결과가 나타날 것을 예측하면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아 그들의 강박적 성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빌헬름 라이히는 각자가 원하는 성행위를 최대한 즐기며 살아야 행복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며, 자유로운 성행위를 즐기는 것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기독교적 일부일처제라고 보았다. 그는 일부일처제를 통해 배우자에게만 배타적인 충성을 바치는 삶이 아니라 합의한 관계라면 청소년들 간에도 성행위를 하도록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고 그렇게 성적으로 방종한 삶을 살아야 평안하고 신경 병증이 없는 삶을 살게 된다는 패륜적 사상을 여러 권의 책으로 전파했다. 가정이 무너지고 관계가 무너지고 성적 충동이 난무하는, 음란은 넘치고 아가페 참사랑은 식어 가는 이때 성행위 중독에 빠져가는 이 세대를 위해 기도하고 바른 아가페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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