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U] 인도, 선거철만 되면 ‘종교 갈라치기’… 선교 활동 위협
인도 선교가 위협받고 있다. 오는 4월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종교 갈등이 격화하면서 선교 활동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에서는 기독 청년 틸민룬 콩사이가 힌두 민족주의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마니푸르 지역 언론 팅코 르 말차(Thingkho Le Malcha)는 사건 아흐레 뒤 “우리 영웅이 조상들의 땅과 자유를 지키다 희생됐다”고 보도하며 콩사이를 추모했다.
마니푸르 지역의 기독교인 박해는 지난해 5월부터 넉 달 동안 집중됐다. 지금까지 희생자만 159명이 넘고 200곳 이상의 마을, 7000채 이상의 가옥, 360개 이상의 교회가 불에 탔다. 난민도 4만1425명에 달한다. 이 지역에서 사역 중인 임바울(가명) 선교사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독교인이 다수인 쿠키 부족은 자체적으로 경비대를 결성해 마을을 지키고 있지만 정부를 등에 업은 힌두 민족주의자들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인도에서 선거는 종교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22일 인도 북부 우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서 진행된 힌두사원 복원 행사에 참여했는데 힌두교도의 정치적 결집을 모색하는 행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아요디아는 라마신의 탄생지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 세력인 무굴제국이 16세기 이곳에 있던 라마신 사원을 무너뜨리고 그 위에 이슬람 사원을 지었다는 게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주장이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이들은 아요디아 힌두사원 복원 운동을 통해 전국적 관심을 끌어냈다. 인도복음선교회 설립자로 32년간 현지에서 사역한 김정식 선교사는 “무굴제국 시절 훼손된 라마 사원을 복원하겠다며 민족주의자들이 일으킨 아요디아 참사는 인도 종교 갈등의 대표적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1992년 12월, 500년 된 이슬람 사원을 파괴한 게 아요디아 참사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에서 무슬림 2000명이 숨지는 참사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올해 파괴됐던 이슬람 사원터에 거대한 힌두사원이 재건됐다.
김 선교사는 “이 행사에서 모디 총리가 ‘새 시대가 열렸다’고 선포한 일은 선거를 앞두고 종교 갈등을 재점화하려는 행보”라며 “종교 갈등으로 재미를 본 BJP는 선거철만 되면 비슷한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의 집권과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득세는 인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교사들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2022년에는 스웨덴 선교사 3명과 독일 선교사 7명이 구금당하기도 했다. 북인도 지역의 최모세(가명) 선교사는 “사역지인 라자스탄주의 교회에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들이닥쳐 십자가 위에 BJP 깃발을 걸고 기독교인들에게 공포감을 불어넣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모든 사역을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일부 지방선거에서 BJP가 패하고 기독교를 지원하는 인도국민회의(INC)가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은 선교사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남서부 카르나타카 주의회 선거에서 라울 간디가 이끄는 INC는 224석 중 절반 이상인 130석 넘게 얻었지만 BJP는 70석 이하로 추락했다. INC는 카르나타카주에서 주 정부를 단독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한류열풍은 선교의 접근성을 대폭 높여주고 있다.
한국 화장품과 의류는 물론이고 한글까지 선풍적인 유행을 끌고 있다. 임 선교사는 “만나는 인도 사람들 가운데 한국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몽골리안 계통 부족들은 한국인과 피부색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도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임 선교사가 진행하는 한글교실도 회차마다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다만 한국인 선교사의 직접 활동보다는 현지인 사역자 양성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 선교사는 “모든 사역을 인도 현지인에게 공개하지 않고 운영하던 신학교도 음악학원으로 법인을 변경할 방침”이라며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현지인 사역자들이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파송하는 일, 종교적 색채 없이 마을 개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현지인을 돕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예수를 믿고 목사가 된 뒤 2019년 인도로 역 파송된 인도인 판카즈 카필라 선교사도 비슷한 견해를 전했다. 찬디가르에서 활동 중인 카필라 선교사는 “현재 11개 주에서 반개종법이 시행됐고 외국인 선교사들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비자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저는 인도인이라 비자 문제도 자유롭고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예수를 만나고 아이와 자녀들을 얻었다”며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인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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