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장시대는 끝… 삶의 의미 함께 찾아가는 공동체 돼야”

양민경,이현성 2024. 2.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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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1부> 다시 쓰는 교회의 길
<4> 신학자가 답하다 ① 포스트 코로나, 교회론은


“‘선교적 교회론’은 초대교회의 존재 양식 그 자체다. 작금의 한국교회 역시 구제와 나눔으로 대표되는 초대교회의 존재 양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렵다.”(양현표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엔데믹 이후 사람 간 만남이 회복되고 있다. 다시 접촉이 가능해진 지금, 교인들이 일상 속 ‘선교적 삶’을 살도록 교회가 이끌어야 한다.”(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축소사회’ 역풍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에 선교적 교회론을 연구한 두 신학자가 밝힌 해법이다. 국민일보는 현장 목회자 6인이 던진 질문(국민일보 2024년 1월 30일자 37면 참조)에 응답한 신학자 5인의 해답을 2회에 걸쳐 공개한다.

본보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팀은 최근 김선일(웨신대) 김인수(감리교신학대) 양현표(총신대) 임성빈(전 장로회신학대) 주상락(미국 바키대학원대·가나다 순) 교수에게 이들 목회자가 던진 11개의 질문을 ‘교회론’ ‘다음세대’ ‘교회 공공성’ ‘평신도 사역자’ 4개 분야로 나눠 질의했다. 이 중 김 교수와 양 교수는 ‘교회론’ 관련 질문 6개에 답했다(표).

세상은 바뀌어도 불변하는 가치 추구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교회 밖으로 확장하는 선교적 교회론이 다시금 주목 받는 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인의 삶의 양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삶에, 대면보다는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20~40세대가 특히 늘었다. 여러 목회자가 팬데믹 이후 선교적 교회론 도입을 고민하는 이유다.

팬데믹 이후 선교적 교회론의 적용 방안으로 양 교수는 ‘초대교회식 구제’를 들었다. 김 교수는 ‘선교적 삶’을 주문했다. “자신의 선교적 소명을 이웃에게 실천하며 사는 성도의 선교적 삶이 교회의 이벤트나 프로그램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교회 쇼핑’을 일삼는 ‘명목상 그리스도인’ 증가 현상의 대안으로는 ‘교회 본질 추구’와 ‘교회만의 공동체 추구’를 꼽았다. 양 교수는 5일 “사람을 붙잡기 위해 세상과 경쟁하며 교회 고유의 색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할 때, 떠도는 성도를 공동체로 초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여러 교회를 다니며 공동체와 상관 없이 ‘나 홀로’ 예배하는 이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혼자선 영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 공동체에 갈급한 이들이 훗날 돌아올 수 있도록 교회가 그리스도의 성품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젊은 세대의 온라인 예배 선호 대안으로는 모두 ‘대면 모임 중심으로, 온라인은 보조 수단’이란 데 공감했다. 다만 교육·상담 등 지식을 전달하는 일부 사역은 온라인 활용을 추천했다. 김 교수는 “교회 사역에서 온라인을 전적으로 배제하거나 온라인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은 부적절하다. 둘다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 신화 버리고 ‘강소형 교회’로

축소사회 속 교회 역할로는 ‘교회 성장 신화’를 버리고 ‘강소 지역교회’를 추구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십자가만 세우면 사람이 모여들던 과거 고성장 시대의 교회 부흥은 이젠 끝났다”며 “이제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함께 찾아주는 공동체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작지만 지역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강소형 교회’를 축소사회 교회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의 ‘교회 비대화’는 진정한 교회 성장이 아니다. 1000명이 모이는 하나의 교회보다 200명이 모이는 5개의 교회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영적 구도자에게 매력적인 교회

선교적 교회론을 논할 때 등장하는 ‘하나님 중심 교회론’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양 교수는 “하나님은 교회를 기점으로 교회 안팎에서 일하지만 교회에만 묶이는 분은 아니”라며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신학 색채에 따라 하나님의 선교를 자기 수준의 관심으로 국한해선 안 된다. 하나님의 역사는 총체적”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최근 10년여간 서구 사회에서 부상해온 ‘영적이나 종교적이지 않은 세대’(SBNR) 현상을 “새롭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영적이다. 이런 면에서 모든 사람은 교회의 손님이 될 수 있지만 현재 교회가 사람들에게 매력을 잃은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구원을 선포하는 신앙 공동체의 본질을 명확히 할 때 교회는 영적 구도자에게 매력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SBNR 현상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봤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 사회는 각종 영성을 탐색하기 보다는 기성 종교에 귀의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그는 “구글 트렌드를 조사해보니 한국인은 영성보다 종교를 검색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며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사람을 한국의 SBNR로 본다면 교회가 이들에게 성경 말씀과 기도 등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민경 이현성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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