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들어온 기도요청 확인 ‘첫 일과’… 환아 영혼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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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제일 좋아요." 지난 1일 오전 11시.
송 목사는 "환자의 상황과 관점에 맞추려고 늘 노력한다"며 "신앙이 없던 한 환자의 어머니가 가족을 따라 기도회에 나왔다가 예수님을 믿게 됐다는 소식이 참 감사했다"고 했다.
지난 1일 오전 7시쯤 예배실에서 만난 송 목사는 중보기도가 필요한 15명 어린이 환자의 이름과 병명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십자가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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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제일 좋아요.” 지난 1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제중관 어린이병원 전용 번스예배실. 매일기도회에 참석한 김지유(가명·13)양은 이곳 원목 송성광(46) 목사를 보고 반가운 듯 소리쳤다. 송 목사가 김양의 휠체어 바퀴 소리를 듣고 복도로 마중 나온 터였다. 김양은 지난달 말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척추측만증으로 목부터 허리까지 철심을 박았다. 기도회에 두 번째 참석했다는 김양의 어머니는 “수술 사흘 만에 지유가 앉고 걸을 수 있게 된 건 기적”이라며 “병원 기도회에서 큰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는 김양 모녀 외에도 환아와 보호자 4명이 더 있었다. 22년간 병을 앓았다는 아들, 곧 수술을 앞둔 아이를 위해 부모들은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예배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찬송가 540장 ‘주의 음성을 내가 들으니’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기도했다. 예배실 벽에 여기저기 붙은 아기자기한 동물 그림과 기도함 옆에 꽂힌 동화책은 따스한 분위기를 더했다.
송 목사는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분이 오셨다”며 “목회자에게 병원은 불확실의 연속이기에 선교지 같다”고 했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주된 성도라는 병원 예배 특성상 예배와 기도회 참석 인원의 변동은 클 수밖에 없다. 어느 날은 성도 한 명 없이 예배를 드릴 때도 있다고 한다.
원목은 육신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환자의 영혼에 감동을 불어넣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감당한다. 그러나 때론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이 원목을 향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원목은 ‘씨 뿌리는 역할’만 하는 것 같지만 예상치 못한 열매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송 목사는 “환자의 상황과 관점에 맞추려고 늘 노력한다”며 “신앙이 없던 한 환자의 어머니가 가족을 따라 기도회에 나왔다가 예수님을 믿게 됐다는 소식이 참 감사했다”고 했다.
송 목사는 2019년부터 어린이병원 원목으로 활동해 왔다. 지역교회 목회자로서 교인 심방을 잘하려고 세브란스병원의 임상목회교육(CPE)을 듣다가 병원 사역을 접했고 자연스레 원목의 길로 들어섰다.
송 목사의 일주일은 다양한 병원 사역으로 분주하다. 누군가 예배실 기도함에 밤새 넣고 간 기도요청서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평일 11시 매일기도회와 수요 직원예배, 주일 어린이예배, 환자 심방 등을 인도하고 세례와 장례예배를 집례한다. 지난 1일 오전 7시쯤 예배실에서 만난 송 목사는 중보기도가 필요한 15명 어린이 환자의 이름과 병명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십자가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송 목사는 이렇게 1시간을 더 기도했다.
병원 사역은 원목뿐 아니라 다양한 자리에서 봉사하는 이들이 손길을 더한다. 세브란스병원 어린이예배 찬양팀에는 인근 창천감리교회 세브란스봉사단이 찬양 사역과 예배 인도를 돕고 있다. 장준아(28)씨는 “퇴원하는 아이들이 많았던 2월 첫째 주일예배엔 어린이 참석자가 1명이었다”며 “참석자가 없으면 ‘오늘은 아픈 친구가 없구나’ 하며 좋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병원 사역은 코로나19 이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 7명의 전임목사가 상주하던 세브란스병원조차 5명만 활동하고 있다. 신학대학원 필수과목에 포함됐던 CPE도 코로나를 기점으로 대부분 중단됐다. 신학생들은 병원 실습을 통해 환자 방문과 수술실 기도, 당직, 예배 인도 등을 하면서 병원 사역을 접할 수 있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특수사역지인 병원 원목의 매일은 도전이다. 송 목사는 “기도하던 환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는 목회자의 신앙도 흔들릴 정도”라며 “하나님이 책임져주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마주한다”고 했다.
박윤서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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