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의 글로벌 머니] “일학개미가 고대하는 엔고는 꽤 기다려야 할 듯”

강남규 2024. 2. 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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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새해에도 일본 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1월 한 달에만 닛케이225가 10% 정도 올랐다. 일본 증권 투자가 테마로 자리 잡았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에 이어 ‘일학개미(일본 증권에 투자하는 국내 개미 투자자)’란 말이 등장할 정도다. 도쿄 증시 강세와 함께 엔화 저축도 빠르게 늘었다. 10조 원어치가 넘는 엔화 저축이 쌓여있다. 이는 언제든지 도쿄 증시에서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돈이다. 실제 요즘 엔화로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시장 참여자도 적지 않다.

변수는 엔화 가치다. 엔화 값이 계속 떨어지면 투자수익이 깎인다(환차손). 반대로 오르면 환차익이란 덤을 챙길 수 있다. 일학개미 등이 엔화 가치가 눈에 띄게 뛰는 ‘그날’을 고대하고 있다. 요즘 엔화 가치는 일본의 경상수지 등 실물경제 변수보다 일본은행(BOJ) 통화정책에 더 민감하다. 나가이 시게토(長井滋人) 전 BOJ 국제국장을 화상으로 인터뷰한 이유다. 현재 그는 영국 경제 분석 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일본 대표다.

「 올 춘투 임금 상승률 주목해야
월급 많이 오르면 엔고 빨라져
BOJ 이미 통화정책 전환 시작
제로금리 끝이 긴축 시작 아냐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 은 국채 금리 상한선을 확대하며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Q : 엔저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많은 한국인이 엔화와 일본 증권을 대거 사들였는데.
A : “최근 엔저는 경상수지 상황보다는 BOJ의 통화정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나라 통화정책과 견줘 완화적인 게 가장 큰 이유다.”

정근영 디자이너

Q :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BOJ 총재가 취임 이후 시작한 기존 통화정책의 재평가 작업이 끝나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인데, 재평가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듯하다.
A : “나도 재평가 작업이 2023년 가을에는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2024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BOJ가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열어 2000년대 초 양적 완화(QE)를 시작한 이후 20여 년 동안 이어진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낳은 결과를 재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재평가 작업과 마이너스 금리정책 종료 등과는 무관하다.”
올해 춘투가 엔화 가치 열쇠

정근영 디자이너

Q : 올해 1월 통화정책회의(MPC) 성명서를 보면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란 말이 또다시 등장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A :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은 국내 총수요가 늘어나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다. 임금이 올라 소비가 늘어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뜻한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거나 엔화 가치가 떨어져 상승한 인플레이션은 불안정한(지속 가능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이다.”

나가이 시게토

영미권 이코노미스트들은 우에다 총재가 1월 22~23일 MPC에서 기존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배경에 춘투(春鬪·봄철 임금협상)가 있다고 분석한다. 춘투에서 임금인상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려 한다는 얘기다.

정근영 디자이너

Q : 엔화 가치를 사실상 결정하는 BOJ의 통화정책에서 춘투가 중요한 변수인 줄 몰랐다.
A : “일본 경제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수출 경제다. 그런데 최근 30여 년 동안 일본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 등의 도전을 받았다. 일본 노동자들은 평생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 동결을 받아들였다. 노동자들이 최고경영자(CEO)처럼 생각하며 회사의 생존을 걱정했던 셈이다. 그 바람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졌다. 돌이켜 보면 임금을 동결하지 말았어야 했다. 임금이 정체된 바람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싹트지 못했다. BOJ가 공격적으로 통화를 완화해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지 않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통화정책 변화가 곧 긴축은 아냐”

김경진 기자

Q : 이제는 좀 달라질까.
A : “2024년 5월 춘투를 거치면 임금이 오르면 인플레이션도 높아질 수 있다는 ‘행복한 시나리오’가 일본에서 나돌고 있다. 하지만 임금 상승이 이뤄지더라도 시장이 기대한 만큼 폭이 크거나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을 전망이다.”

차준홍 기자

Q : BOJ 재평가 작업이 끝나면 엔저가 막을 내릴까.
A : “2024년 상반기 중에 BOJ의 재평가 작업이 끝난다고 해서 곧바로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재평가 작업이 국채 수익률 관리를 언제 끝내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언제 마칠 것인지를 따져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Q : 한국 내 전문가들은 2024년 봄에 BOJ 통화정책이 바뀔 것으로 보는데.
A : “우에다 총재는 국채 수익률 변동 폭을 연 1%까지 확대했다. 통화정책 변화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아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내는 일도 재평가 작업에 들어 있지 않다고 했다. 이는 곧 재평가 작업과 별개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종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는 올봄에 우에다 총재 등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낼 것으로 본다. 그런데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한다고 곧바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 앞으로 2~3년간 제로금리 정책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Q : 한국 투자자들이 엔화를 10조 원어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A : “미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고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내면 엔화 가치는 점진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빨리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2024년 달러당 131~135엔 선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원화 기준 엔화 가치 상승률은 달러 기준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내가 (한국 등) 해외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꽤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또 BOJ 통화정책 말고 지정학적 변수 등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머니

전체 인터뷰는 더중앙플러스 글로벌머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www.joongang.co.kr/article/25224230#home)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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