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이제야 말할 수 있는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한때 전 세계인들이 열창했던 팝송 한 곡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주 개봉한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The Greatest Night in Pop)’ 덕분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 다큐는 1985년 1월 28일 밤 로스앤젤레스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 당대 최고의 팝스타 46명이 모여 하룻밤 동안에 녹음을 마치는 과정의 뒷얘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맞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이야기다.
슈퍼스타 한 명 모셔오는 것 자체가 벅찬 일일 텐데 작사·작곡을 담당한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 그리고 프로듀싱을 맡은 퀸시 존스는 어떻게 쉰명 가까운 거물들을 밤새 작은 스튜디오에 붙들어 놓고 팝의 ‘역사’를 썼을까. 그 답은 단순하지만 보편적인 가치에 있었다.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명분과 통찰력 있는 리더십이 주효했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기근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존스의 탁월한 조율능력과 리치의 친화력이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가능케 했다.
극비리에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가 열리는 단 하루를 디(D)데이로 정하고 스타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물밑 섭외를 진행했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LA에 모인 스타 대다수는 자신이 어떤 파트를 부르게 될지도 모른 채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녹음실 문 앞에는 여섯 글자가 붙어 있었다. ‘Check your ego at the door.(자존심은 문밖에 두고 오세요.)’ 퀸시 존스가 즉석에서 종이에 쓴 명령 아닌 명령이었다.
그가 준비한 ‘정신교육’은 이뿐 아니었다. 바로 한 달 전 영국 팝 스타들이 참여한 아프리카 돕기 프로젝트 ‘밴드 에이드’(Band Aid)를 기획한 밥 겔도프의 깜짝 연설이었다. 겔도프는 밀가루 15포대로 2만7000명을 먹여야 하는 아프리카 기근 상황의 심각성과 왜 이 시점에 음악인의 단결이 중요한지에 대해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11시간 동안 계속된 녹음실 안에서는 스타들의 개성만큼 각양각색의 요구와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된 스타, 느닷없이 스와힐리어로 노래하자는 스타, 그 제안에 문을 박차고 나간 스타, 배고프다며 보채는 스타, 과음으로 가사가 가물가물한 스타 등등. 그 모든 시한폭탄 같은 상황에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진화 작업을 하는 리치, 때로는 학생을 야단치듯 나무라는 존스. 그들의 노력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20세기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은 명곡을 탄생시켰다.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와퍼 주니어' 샀다가 혼났다, 대식가 이길여 상식 깬 식단 | 중앙일보
- 이승기·이다인, 5일 득녀…결혼 10개월 만 | 중앙일보
- 새신부 몸 뒤덮은 ‘건선 지옥’…남편이 병원 불려간 사연 | 중앙일보
- 신세계 외손녀, 걸그룹 데뷔?…화제 부른 연습실 사진 한장 | 중앙일보
- “돈 되는 그림, 전시장 여길 봐라” 수천만원 작가 솔비의 팁 | 중앙일보
- 인종차별 논란된 쯔양 먹방…"필리핀 존중" 김지영 영상 지웠다 | 중앙일보
- 韓여성 국제재혼, 신랑감 1위는 베트남男…통계에 숨은 진실 | 중앙일보
- 이혼남녀에 물었다…재혼시 피하고 싶은 이성, 男 "떡대녀" 女는 | 중앙일보
- "손님 차에 맹견이 내 손 물고 아내 머리채 공격" 대리기사 호소 | 중앙일보
- "자궁경부암 알리려"…'가짜 사망' 발표한 여배우, 인도 발칵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