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하면 과부된다"… 미신에 골머리 앓는 中

무춘년(無春年) 미신에 결혼 감소 예상
中, 극심한 저출산에 2년째 인구 줄어

중국이 극심한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올해 중국인은 더욱 결혼을 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결혼하면 '불운'이 찾아온다는 미신이 퍼지고 있는 탓이다.

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일명 '과부의 해' 미신을 해명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중국 민정부(행정안정부 격)은 공식 홈페이지에는 "'과부의 해'는 상식과 과학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것"이라는 한 시민의 글이 올라왔다. 이 시민은 사람들이 미신, 속설에 휘둘리지 않게 민정부가 목소리를 낼 것을 요청했다. 이후 민정부는 지난달 22일 "제기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실제 지난해 말부터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2024년에 결혼하면 안 되나요", "용의 해가 신혼부부에게 불운한 이유" 등 글이 다수 게재된 바 있다.

중국에서 올해는 무춘년(無春年)이다. 한자를 풀이하면 말 그대로 '봄이 없는 해'다. 절기상 입춘이 설 전이면 음력 새해 이후엔 입춘이 없으므로 '무춘'이라 한다. 올해 입춘은 지난 4일이었는데, 설날은 오는 10일이니 무춘년인 셈이다.

중국은 고대로부터 봄을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왔는데 봄이 없는 해이니, 부부에게는 불운한 해라는 미신이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무춘년을 '과년(寡年)'이라 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과부의 해'라는 불길한 별명도 붙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봄은 탄생, 재생을 뜻하기에 1년 중 가장 활기찬 시기"라며 "과부의 해로 여겨지는 '봄이 없는 해'에 결혼하면 불운이 찾아온다고 사람들이 믿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오히려 과부의 해 때문에 중국의 혼인율이 '반짝' 회복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 '중국신문주간'은 지난해 10월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 기간에 걸쳐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웨딩업계 관계자들은 매체에 "올해 하반기에 과부의 해를 피해 가려는 커플들의 결혼 문의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국경절 연휴는 어디까지나 무춘년을 피해 가려는 예비부부들이 몰린 탓에 반사이익을 봤을 뿐, 그동안 이어져 온 혼인율 하락 추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전망이 강했다.

한편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중국 인구는 지난해 말 14억967만명으로 전년 대비 208만명 감소했다. 2022년 말에도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85만명 줄어든 바 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보고서에서 2035년 중국 인구가 14억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