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엔 근력 떨어진 부모님께 ‘어·운·완’ 알려 드리세요

민태원 2024. 2. 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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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보건소가 지난해 시범 운영한 ‘어르신을 위한 근력·균형 운동 완성’ 프로그램에서 지역 노인들이 짝을 이뤄 고무밴드를 당기는 운동을 하고 있다. 울주군 보건소 제공

운동 기구·비용 없어도 실천 가능
노인 근감소증·낙상 예방에 효과
‘오늘의 건강’ 앱서 동영상 등 제공

다가오는 설날, 고향 부모님께 ‘어·운·완’ 실천을 권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운·완은 ‘어르신 근력·균형 운동 완성’의 줄임말로, 요즘 젊은 운동 마니아들 사이에 유행하는 소셜미디어 인증샷 신조어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을 본떠 만들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근감소증과 낙상 예방을 위해 개발된 체계적인 신체 활동 프로그램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전국 보건소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의 보급에 나섰다. 건강증진개발원 홈페이지(자료실-지침·교육자료 코너)와 AI·IoT(인공지능·사물 인터넷)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사업 앱 ‘오늘의 건강’에서 전자책과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이라면, 이번 설날에 자녀들이 해당 프로그램의 매뉴얼과 영상을 내려받아서 따라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를 권한다.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5일 “코로나19 유행 3년 동안 걷기 위주 신체 활동이 강조된 측면이 있다”면서 “노인들은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근력 강화와 균형 운동 등 복합적인 신체 활동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 중점을 두고 누구나 쉽게, 특정 기구나 비용부담 없이 실천 가능한 운동 방법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노화가 진행되면 두드러지는 신체변화 중 하나가 근육량의 감소다. 필연적으로 근력 감소가 따르는데, 그것도 주로 하지의 큰 근육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노인 낙상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근감소증은 전체 노인의 10~50%에서 관찰된다. 노인들에서 나타나는 균형 감각, 인지 기능의 저하와 각종 심뇌혈관계 및 근골격계 질환들도 낙상의 위험 요인이다.

‘어·운·완’은 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처음 민관 신체 활동 전문가 워킹그룹 운영을 통해 초안을 개발했다. 경기도 안양 만안구와 울산 울주군, 전남 나주시 등 3개 보건소에서 3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쳐 효과를 검증했다. 개발원이 참여자 56명을 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프로그램 용이성, 흥미와 관심, 건강습관 개선, 지속 참여 희망, 지인 추천 의향 등)가 100점 만점에 97.6점으로 높게 나왔다. 또 47명 대상으로 참여 전·후 체력 측정 결과 상대 악력(좌우 손에 쥐는 힘) 하지 근력(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유연성(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심폐지구력(2분 제자리 걷기) 평형성(의자에 앉아 3m 표적 돌아오기) 협응력(8자 보행) 등 모든 지표가 소폭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주군 보건소 이준협(운동처방사) 주무관은 “지난해 8~10월 35명 안팎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기간이 짧아 체력 지표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건 아니지만, 노인들은 현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도 복지관이나 경로당에서 레크리에이션을 가미한 스트레칭 위주 프로그램이 있긴 한데, 이런 건강 체조로는 노인들의 근력이 통합적으로 좋아지긴 어렵다. 어·운·완은 상·하지의 다양한 근육을 쓰도록 구성돼 체력 약화와 낙상 방지에 도움 된다”고 부연했다.

민관 신체 활동 전문가 워킹그룹에 참여한 조지훈 동신대 운동처방학과 교수도 “우리 몸에는 600~650개의 근육이 있는데, 근력의 60%는 척추 주변과 하지 근육에서 나온다”면서 “노인들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낙상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이런 근육들의 협응력을 키우고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어·운·완은 쉽고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어·운·완은 공통적인 기본 적응 운동(2주)과 의자를 갖고 하는 운동, 둘이 짝지어서 하는 운동, 서서 하는 운동 등 3가지 유형(각 10주)으로 구성돼 있다. 최소 12주 과정으로 1회 50분 안팎, 주 2회 이상 실천이 권장된다. 필요하면 3가지 운동의 병행도 가능하다. 팔걸이·바퀴 없는 의자와 10m 줄, 고무밴드, 물병 등 간단한 준비물만 있으면 된다.

각각의 유형은 준비 운동, 본 운동, 정리운동으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준비 운동에서 ‘의자 2개 놓고 180도 걷기’의 경우 의자를 적절한 간격으로 마주 보게 놓고 앞으로 걷는다. 각 의자가 끝나는 지점에서 180도 방향을 바꿔 걷는다. 방향 전환 시 어지러움을 느끼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오른쪽 왼쪽으로 5~10바퀴 반복한다. ‘줄 따라 걷기’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줄을 바닥에 놓고 따라 걷는다. 역시 어지러울 경우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발바닥 혹은 발가락으로 걷기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본 운동에서 ‘의자에 앉아 물병 들어 올리기’는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도록 물병을 잡고 양손을 어깨높이까지 들어 올려 1초간 멈췄다가 천천히 내린다. 8~15회 반복한다.

둘이 짝지어서 하는 유형의 경우 서로 고무밴드를 당기며 무릎 들기, 밴드 당기며 한쪽 다리 뒤로 뻗기, 스쿼트하면서 하이파이브 등의 동작에서 보조자(짝)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조 교수는 “보건소에서 1대1이나 그룹 수업을 통해 동작을 정확히 익힌 후 가정이나 경로당 등에서 혼자 혹은 짝을 이뤄 지속해서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방자치단체 보건소가 자체 신체 활동 프로그램에 어·운·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노인들의 참여와 실천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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