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에서 방치되는 핵폐기물… 국회만 바라보는 주민들

김혜지 2024. 2. 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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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한평생을 울주군에서만 지낸 손복락(70) 서생면주민협의회장에게 원전은 각별하다.

원전은 점점 낡아가고 그 안의 핵폐기물인 '쓰레기'는 쌓여가는데 이를 처리할 근거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하고 있어서다.

이 법이 있어야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부지를 찾고, 사용후핵연료를 폐기하는 공간을 짓고, 원전 안에서 방치된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반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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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5㎞ 내 주민 6000명 거주
법 제정 미뤄질수록 계속 떠안아야
생계수단 ‘원전가동 멈출까’ 우려도
게티이미지뱅크


칠십 한평생을 울주군에서만 지낸 손복락(70) 서생면주민협의회장에게 원전은 각별하다. 1971년 원전이 막 마을에 지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원전과 함께 오랜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착공식 때 우르르 몰려가 온 동네 사람들이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축하했다”며 “전기 관련 국가산업이 들어선다고 하니까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마을의 ‘자부심’이던 원전이 ‘걱정거리’가 된 건 몇 년 전부터다. 원전은 점점 낡아가고 그 안의 핵폐기물인 ‘쓰레기’는 쌓여가는데 이를 처리할 근거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하고 있어서다.

특별법의 핵심은 원전을 가동할 때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를 저장, 처분할 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장을 짓는 것이다. 이 법이 있어야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부지를 찾고, 사용후핵연료를 폐기하는 공간을 짓고, 원전 안에서 방치된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반출할 수 있다.

법 제정이 미뤄질수록 주민들은 위험한 핵폐기물을 더 오래 떠안고 살아야 한다. 손 회장은 “우리 서생면 8000명 주민 중 6000명이 고리 원자력발전소 5㎞ 반경 범위 내에서 사는 데다 전부 60대 이상 노인들”이라며 “쓰레기를 한곳에 방치하기보단 적어도 치워줘야 하는 게 맞지 않겠나”고 토로했다.

사용후핵연료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원전가동이 멈출 수도 있다는 점도 주민들에겐 걱정거리다. 원전이 멈추면 지역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원전 인근 식당, 상점 80%가 문 닫아야 할 수도 있다”며 “특히 지원금마저 끊기면 주민들 생계는 더 어려워지고, 유치금으로 운영되는 장학금 복지 사업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치권 새울원전환경감시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나 안전을 목표 삼아 미래세대를 위해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는 첫 단추가 바로 특별법 통과”라고 강조했다.

특별법 통과가 원전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더 활성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영훈 새울원전환경감시센터 센터장은 “정보공개가 많이 될수록 운영에 대한 신뢰도와 안전성은 올라간다”며 “특별법은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지 정보공개 수준을 논의할 계기”라고 말했다.

울주군 주민들은 2월 ‘국회의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또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순서를 밟게 된다. 손 회장은 “이번에도 특별법이 못 올라가면 처음부터 설득작업을 해야 해 하세월일 것”이라며 “다음 국회를 바라보며 지역 연대를 도모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울주=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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