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한강·동아그린 “우리도 첼리투스처럼”…서부이촌동 주상복합 지을 수 있다
이촌동은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이촌1동인 ‘동부이촌동’과 이촌2동인 ‘서부이촌동’으로 나뉜다. 동부이촌동의 경우 오래전부터 부촌으로 인식돼왔다. 우수한 학군과 편리한 교통, 쾌적한 환경 등으로 강남 못잖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를 건너면 반포동으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어 강남 접근성도 우수한 지역이다.
반면 서부이촌동은 과거 여러 개발 호재에서 비껴가면서 주거지로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졌고 가격도 비교적 저평가됐다. 배후에 용산전자상가와 용산역이 위치해 있는데 과거부터 이 지역은 난개발로 쾌적성이 낮고 기반시설도 부족했다. 또한 서부이촌동은 한강대교를 건너면 노량진과 흑석동으로 연결돼 강남 접근성 면에서도 동부이촌동에 비해 열세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부와 서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마침 동부이촌동 일대 아파트들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이 진척을 보이면서 개발 기대감이 연일 높아졌다. 반면 철도 하나 건너편 서부이촌동에는 여전히 낡은 단독주택과 저층 아파트가 즐비해 더욱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서부이촌동도 노후 주택을 재건축하기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이 지역을 기존 아파트지구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변경한 덕분이다.
용산정비창 개발 수립까지 겹호재
서울시는 지난 1월 24일 제1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이촌 아파트지구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이촌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에 결정이 난 지역은 서부이촌동(이촌2동)의 ‘현대한강’과 ‘동아그린’ ‘강변맨션’ 등 노후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는 곳이다.
‘아파트지구’는 1970~1980년대 도입된 도시 관리 기법이다. 국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인구가 서울로 몰리고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빠르게 짓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주택 공급에만 너무 초점을 맞춘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가 드러났다. 우선 주택 용지에는 주택 외 상가를 짓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주상복합 같은 다양한 건물이 들어설 수 없어 지역이 평면적으로 관리됐다. 아파트지구가 지정된 지 수십 년이 지나면서 건물은 노후화했고 정비사업이 필요해졌지만 재건축 과정에서도 현대의 정비계획과 아파트지구에서 정한 내용이 잘 연계되지 않는 상황이 생겼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지구단위계획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서울시는 2017년부터 서울시 내 아파트지구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개발 밑그림’ 격이다. 지구단위계획이 새롭게 수립되며 주거 기능만 담당할 수 있었던 주거 용지에 상업 용도, 비주거 용도 도입이 가능해진다. 높이·밀도 등 규제도 완화된다. 기존의 5층 이하에서 대상지 여건에 따라 40m까지 완화되는 식이다.
이번에 이촌2동 일대 현대한강, 동아그린, 강변맨션에 도입된 지구단위계획에도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번 지구단위계획에는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현대한강과 동아그린이 통합 재건축 방식으로 재건축하면 현재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각각 1997년, 1999년에 지어진 현대한강과 동아그린은 최고 층수가 22층, 용적률은 각각 383~384%로 지어져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정비사업만 가능했다.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이 점차 다가오고 있지만 현행 도시계획 용적률을 초과하는 문제로 용도지역 상향 조정 없이는 재건축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지구단위계획안 가결로 이들 단지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두 단지가 통합 재건축해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될 경우 용적률은 최대 500%까지 높여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오른다고 본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도무지 리모델링을 제외하고는 재건축이 불가했던 단지에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제야 아파트지구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바뀐 정도지만 서부이촌동 일대 단지들은 정비사업만 마치면 재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개발 사업이 무산된 아픔은 있지만 애초에 입지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는 평이다. 서부이촌동은 강변북로와 한강대교와 연결돼 있어 서울 동서남북 어디로든 이동하기 수월하다. 이를 통해 종로·여의도·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뿐 아니라 시 외곽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또 1호선 용산역, 4호선 신용산역도 멀지 않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일반분양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2015년 입주한 ‘래미안첼리투스(옛 렉스아파트 재건축)’처럼 1대1 재건축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옛 렉스아파트는 재건축 당시 무리하게 가구 수를 늘리기보다는 가구 수는 유지하면서 주택만 새롭게 짓는 1대1 방식을 택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없어 추가 분담금 등 조합원 비용 부담이 적잖았지만 일대 초고층 랜드마크 아파트로 자리매김한 덕에 결과적으로는 주택 가치가 높아졌다는 논리다.
본격적인 개발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인근 용산정비창이 언제고 개발된다면 서부이촌동이 최대 수혜지가 될 거라는 기대도 적잖다. “용산은 서울발 KTX 노선이 통과한다는 점에서 지방 접근성이 우수하다. 향후 중심업무지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텐데 서부이촌동이 동부이촌동과 함께 배후 주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의 총평이다.
한편, 개발 기대감이 커지며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값은 웬만한 동부이촌동 집값 못잖게 올라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한강 전용 84㎡가 17억9000만원(11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앞서 지난해 10월 말 실거래가(18억1400만원)나 2022년 8월 고점(20억5000만원, 22층)보다는 시세가 다소 내린 상태지만 2020년 13억원, 2017년에는 7억3000만원에도 거래됐던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부이촌동 위상이 꾸준히 높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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