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잡는 소방대원…'보이스피싱 수거책' 잡아

70대 노인, 1000만원 들고 소방서 찾아
소방대원, 현금수거책 유인해 경찰에 인

화재를 잡는 소방대원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현금 수거책까지 유인해 검거를 도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양산 원동119지역대 소방대원들 [사진출처=연합뉴스]

5일 연합뉴스 등은 이날 경남도소방본부가 지난달 29일 오후 양산소방서 원동119지역대 소방대원들이 현금 1000만원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소방서를 찾아온 70대 남성을 보고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사고를 막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양산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A씨는 당시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단의 전화를 받았다. A씨의 통장에서 범죄로 의심되는 거액이 인출됐으니 이를 무마하기 위해 1000만원을 찾아 금감원 직원에게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놀란 A씨는 급히 1000만원을 인출해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약속 장소로 이동하던 중, 한편으로 보이스피싱이 의심돼 인근 소방서를 찾았다. 누군가와 통화하며 한참을 머뭇거리는 A씨를 보고 소방대원이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물었고, A씨는 전화를 받아보라며 수화기를 건넸다. A씨의 전화를 넘겨받은 소방대원이 신분을 밝히자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소방대원들은 A씨를 안심시킨 뒤 즉시 112에 신고하고, A씨와 현금을 전달하기로 한 장소까지 동행했다. 소방대원들은 수거책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펌프차와 구급차를 대동했으며, 위급 상황 발생 시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까지 마쳤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A씨와 함께 현금 수거책으로 의심되는 40대 여성을 만나 그곳에 나온 경위를 물었다. 이 여성이 "물건을 주면 받아오면 된다고 해서 나왔다"고 하자 자세한 얘기를 나누자며 구급차에 태워 소방 지역대로 이동했다. 이후 커피까지 내주며 여성을 안심시킨 다음 경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그사이 출동한 경찰은 지역대 사무실에서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한 이 여성을 체포했다.

당시 현장에 동행한 원동119지역대 박종환 팀장은 "평소 직원들 모두 전화금융사기 수법을 익히 알고 있어 A씨 사정을 듣자마자 범행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며 "직원들과 힘을 합친 덕분에 전화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