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 입장이면 참 억울" 한동훈 발언, 검찰 잊었나
[변상철 기자]
▲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은 1971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던 고 한삼택씨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
ⓒ 이건희 |
지난 1월 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514호(형사23단독)에서 열린 고 한삼택씨의 재심 선고에서 피고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고 한삼택씨가 1970년 10월 체포되어 연행된 지 53년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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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고 한삼택)의 행위가 국가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한 사정이 없고, 자유민주적 질서를 깬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품 지원을 넘어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다른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의 이유를 들었다.
이번 고 한삼택씨의 재심 재판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22년
9월 5일 재심청구서 제출(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년
2월 14일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결정(진실화해위 2바-253)
4월 14일 재심개시 전 심문기일 진행
5월 15일 재심개시결정
5월 18일 검찰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장 제출
8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검찰 즉시항고 기각(2023로100)
8월 23일 검찰 재항고장 제출
10월 17일 대법원 검찰의 재항고 기각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1차 재심 심문기일
12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2차 재심 심문기일 및 종결
2024년
1월 26일 선고
국가는 고 한삼택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체포, 감금, 가혹행위 등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한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국가기관의 조사를 통해 불법감금과 가혹행위가 밝혀졌다는 것은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가 매우 무리했음을 확인한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이러한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위 재심 사건의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했던 검찰은 그동안 고 한삼택 사건과 같이 '불법수사 행위'가 명백히 밝혀진 경우 중대한 사안으로 여긴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입장 바꿔 생각하면 모두 ‘내가 저 입장이면 참 억울하겠다’라는 사안들에 대한 판단”이 드는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할 때 책임지는 공직자의 결단의 자세’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장면. 2023.10.26 |
ⓒ 남소연 |
특히 지난해 5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입장 바꿔 생각하면 모두 '내가 저 입장이면 참 억울하겠다'라는 사안들에 대한 판단"이 드는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할 때 책임지는 공직자의 결단의 자세'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지난해 10월 23일 국회에 출석해 "앞으로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겠다"라며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보호를 위한 검찰의 역할을 흐트럼 없이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의 과거사 사건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19년 6월 25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검찰의 부실 수사로 인해 인권침해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당한 과거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자문기구 신설 등도 대안으로 내놨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나서 이러한 검찰의 사과와 반성은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나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은 '과거사 재심 사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과거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불법 감금 등 불법 수사 과정이 입증된 사건이나 진실화해위원회 등 국가기관을 통해 불법 수사임이 드러난 경우 무리한 공소 유지를 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윤석열 정부 들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검찰은 적극적인 공소 유지에 임했고, 이 과정에서 무리한 증인, 증거 신청 등이 있었고,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항고, 항소를 했다. 과거사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번 고 한삼택 씨 재심 재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불법 수사를 인정하고 확인했음에도 검찰은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이 1970년 당시 6세가량 되었던 피해자의 가족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결국 1월 26일 진행된 재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은 재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항소했다. 무리한 재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얻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사회적 비판과 무리한 공소 유지로 인한 검찰 신뢰의 추락이다.
대한민국 국가 기관 맞나
▲ 1970년 9월 고 한삼택씨가 간첩조작사건으로 불법구금 되던 당시 자녀들. 학교에서 열린 가을운동회에 자녀들만 참석했다. |
ⓒ 한삼택 유가족 |
무리한 항소를 통한 공소 유지는 불법 수사를 통해 억울한 국민을 만들었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것이고, 결국 이러한 무리한 항소는 검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검찰의 입지만을 좁아지게 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소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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