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진동, 피부병... 세종시민들, 또 견뎌야 하나"

김병기 2024. 2. 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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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세종보 '시민참여 협의체' 조례 준비하는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 인터뷰

[김병기 기자]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세종시의회
 
▲ [환경새뜸] “생태계 파괴에 맞선 ‘조례’ 발의 준비...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 인터뷰 #세종보 #세종시 #이순열 ⓒ 김병기

"세종보 주변 아파트에 살던 분들은 여름에 하루살이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었어요. 소수력발전소의 낙차 소음과 진동으로 밤잠도 설칠 정도였습니다. 주민들의 행복추구권도 있는데, 다시 그 때로 돌아가야 하는지... 국가하천인 금강의 세종보가 세종시 관리 대상이 아니기에 (세종보 담수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합니다."

지난 1일 세종시의회에서 만난 이순열 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세종보 재담수 계획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뒤 "빠르면 오는 3월경에 시민들이 참여해서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 조례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보 담수 결정에 직접 관여할 수 없지만, 금강의 수질과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환경부, 5월 세종보 재가동... 세종시, 퇴적지 수목 제거사업 벌여

환경부는 지난 2018년부터 6년여 동안 수문을 개방했던 세종보를 오는 4월 말까지 30여억 원을 들여 수리한 뒤, 5월부터 담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종시도 지난 1월 29일부터 '금강 세종보 육역화 구간의 하천 통수능력 개선'을 목적으로 세종보 상류 퇴적지의 수목을 베어내고 있다.

이에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금강이 보여주고 있는 자연성 회복을 외면한 채, 수변 경관을 확보한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목적이 없는 세종보 담수를 강행하는 것은 합강습지 등 인근 수생태계를 수몰시키는 학살에 다름 아니다"라면서 세종보 재담수 계획 백지화와 함께 수목제거작업의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멸종위기종 서식처 파괴하는 세종시, 당장 중단하라" https://omn.kr/279vs).

이 의장도 세종시 수목 제거작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부터 냈다. 수문을 전면 개방한 뒤 세종보 직하류에는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펄층이 씻겨 내려가고 모래여울이 생기면서 시작된 멸종위기종의 귀환이었다. 세종보 퇴적지에선 멸종위기 야생조류인 흰목물떼새가 산란하고, 수달과 삵 등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등 급격하게 생태계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 

"수목제거로 야생생물 터전 없어지고 있다"
  
 세종시는 세종보와 한두리대교 사이에 쌓인 퇴적층의 수목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병기
  
 세종시가 세종보 상류 퇴적지의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병기
 
이 의장은 "최민호 세종시장은 수목제거사업을 전액 국비(2억 5천만 원)로 유치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데, 수문 개방 이후 자연성이 회복되면서 다시 찾아오는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이 없어지는 것을 굉장히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시장은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종보부터 합강생태습지까지 8km의 구간에 대관람차 등을 설치해 경제 활성화 등을 모색하겠다는 게 최 시장의 구상이다. 지난해 10월에 제출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기본구상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총 사업비는 5500억 원으로, 15개의 민자유치 사업을 통해 대부분의 투자비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 연구용역은 세종보 재담수를 전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시민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세종이 매력적인 도시로 비쳐지기 위한 단체장의 고민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 때문에 준설과 수량 확보를 위해 세종시민들의 생명줄이라고 볼 수도 있는 금강, 작은 이익을 위해 아주 큰 가치를 훼손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이어 "제가 상임위에서 의정활동을 할 때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계획서를 받아보고 민자유치 가능성을 물었는데, 시는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면서 "속초의 대관람차도 주변 도시의 시민들을 불러모으는 데 효과가 없다는 평가가 있는데, 세종시가 이런 식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분노할 정도로 관주도적인 사업을 벌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생태계와 시민 건강권 훼손, 경제성도 의문"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
ⓒ 세종시의회
  
세종시는 지난해에 세종보 상류에 있는 이응다리 아래 금강변 좌우안에 2개의 레저용 선착장을 건설했다. 하지만 4대강사업 때 바로 아래쪽에 만든 마리나 선착장도 사실상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세종보 담수로 인해 펄이 1m이상씩 퇴적되자 배를 제대로 띄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 의장은 "서울시립대에서 진행한 금강 자연성회복 선도사업에 직접 참여했던 이 선착장의 사업자는 당시 이곳을 사용했던 선수들이 피부병에 걸려서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면서 담수로 인한 수질 악화 문제도 지적했다.

이 의장은 "세종보 수문을 개방한 뒤에는 수질과 수생태와 관련된 민원과 문제점들이 사라졌다"면서도 "지난해 홍수기에 금강 만수위 1m정도만 남겨뒀을 정도로 위험했고, 한솔동 강변 친수지역의 체육시설이 모두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보 수문은 열려있었지만, 4m 높이의 고정보가 강의 절반을 가로막고 있어서 발생한 비상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빠르면 3월 생태계 조사 위한 시민참여형 협의체 조례안 발의"

수질과 수생태계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홍수 위험을 가중시키는 애물단지 세종보의 재가동이 오는 5월로 임박해있다.

이 의장은 "세종보의 관리 주체가 세종시가 아니기에 운영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금강의 생태계 조사와 오염도 수치 조사 등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연구조사 작업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 뒤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보 관리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례안을 빠르면 3월 중에 발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마지막으로 "환경부장관과 세종시장과 같은 정책 결정자들의 결정이 중요한 건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연환경에 미칠 지대한 영향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종보 재가동과 관련한 공사와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걱정이 큽니다. 세종보를 재가동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부작용이 예견되어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화진 환경부장관과 최민호 시장은 이 점을 반드시 유념해서 의사결정의 중요한 변수로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세종보는 금강 자연성 회복의 걸림돌이었습니다. 강은 강답게 흘러야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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