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김정은, 세습 기반 선대 정책 허물어…혼란 야기할 수도"

정영교 2024. 2. 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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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통일부장관-4대 연구원장 신년 특별좌담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5일 최근 북한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가 쌓아온 유훈을 뒤집고 통일노선을 폐기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 이념적인 공백이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정은 정권은 선대에 기대 자신의 권력을 만들고 유지해왔는데 새해 들어 세습 권력의 기반을 허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장관-4대 연구원장 신년 특별좌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내부의 혼란을 외부로 돌리는 정책(도발 등)을 통해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올해 한반도 상황은 군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그 점을 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통일·외교·안보 분야 4개 연구기관과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실현을 위한 2024년 정세환경 평가 및 전략 구상'을 주제로 진행한 이 날 좌담회에는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가운데)과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왼쪽부터),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 4대 연구원장 신년 특별좌담회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참석자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해야 하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같이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좌담회에선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김천식 원장은 북한의 핵전쟁 위협에 대해 "상당한 블러핑(속이기 위한 허풍)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쟁 위기 조성을 통해 한·미가 불안감을 갖게 함으로써 양보하게 하려는 것이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핵 군축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런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나온다면 한·미 사이를 이간시킬 수도 있겠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영준 소장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하지만, 이것이 한반도 위기와 직결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북한이 핵전력에서 앞서고 있지만, 군사 태세를 볼 때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최근 언급한 '두 국가론'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박철희 원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평화 통일이라는 대의명분을 북한이 우리에게 확실하게 넘겨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연 누가 호전적이고 평화를 침해하는 국가인지를 북한 스스로 천명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오는 4월 총선에 개입을 시도할 경우 우리의 대응역량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우리의) 역량은 충분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테러가 일어난 다음에 또는 어떤 공격이 일어난 다음에 그것을 주워 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보안점검을 대표적인 예방 사례로 꼽았다.

이어 한 원장은 지난달 대만 총통선거에서 나타난 중국의 간섭이나 개입 사례는 물론 국내외에서 발생한 각종 테러에 대해서도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에서 대진연(지난달 6일 용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으로 추정)이라는 집단이 그런 단체가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런 것에 대한 우리의 자세나 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많은 분석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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