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혼합진료', 일본은 잘 된다는데… 한국도 될까?
서로 다른 주장에 일반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최신 연구를 통해 혼합진료 금지 시행의 실효성을 따져보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혼합진료 금지를 통한 실질의료비 절감방안' 보고서를 보면, 일단 우리나라에서 혼합진료 금지는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진료항목이 급여화되어 있다. 나이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급여율은 70~90% 수준이다. 일부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혼합진료도 허용한다. 그 때문에 급여 진료로 인한 이득이 훨씬 크고, 의사도 환자도 혼합진료 금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급여진료를 선호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의료 전반에서 비급여율이 높다. 건강보험 재정을 이유로 꼭 필요한 의료행위라도 비급여로 분류된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 진료과목마다 차이는 있으나 병원의 경우, 2023년 기준 비급여율이 10.3%~53.8%에 달한다. 의료접근성이 가장 좋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율도 3.7%~42.6%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의 급여율을 단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로는 비만치료제로 인기를 끄는 당뇨약 GLP-1 계열 약물이 있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에 따르면, GLP-1 계열인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 오젬픽, 리벨서스)는 일본에서 모두 급여가 적용돼 한 달 약값이 10~20만원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두 약제 모두 급여와 거리가 멀다. 노보 노디스크는 오젬픽 급여화를 포기했고, 리벨서스 역시 급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연구원은 "혼합진료 금지를 위해선 우선 의학적으로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해 충분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은 상태에서 혼합진료 금지 시행은 시기상조며,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상당수의 행위 항목이 급여와 병용이 가능한 고도선진의료나 선진의료로 지정되어 있어 혼합진료를 하더라도 환자가 전액부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도 했다.
이어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 및 질환 특성상 급여 비중이 현저히 작고, 비급여 행위가 필수적인 경우(특정약제나 허가기준에서 벗어난 경우) 혼합진료 금지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신의료기술이나 신약 사용 등에 있어 환자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다고도 봤다. 미승인 의약품이나 신의료기술은 급여권 진입을 위한 충분한 근거를 얻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실제로 일본은 이러한 이유로 혼합진료 금지 해금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연구원은 혼합진료 금지 제도시행에서 높은 보장성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조건은 아니라고 했다. 연구원은 "일본이 건강보험 도입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높은 보장성을 유지하는 건 높은 공공재원 지출과 혼합진료 금지제도가 병행해서 작동한 것에 기인한다"며, "건강보험 보장률이 일정 수준 도달한 시점에서 혼합진료 금지가 시행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공공재정 투입에 따른 보장성 개선의 효과가 비급여 비용으로 상쇄되고 있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가 부재하다"며, "혼합진료 허용은 오히려 환자의 급여선택권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비급여 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질환특성을 제외하면 비급여 선택권보다 급여 선택권 제약이 더 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비급여율이 높은 진료 과목일수록 의사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고, 전공의 경쟁률도 높다. 연구원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원한 전문의 소득은 진료과목별로 안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순으로 높았는데 이들은 비급여율도 상위 3위권을 차지했다. 비급여율은 재활의학과가 42.6%로 가장 높았고, 안과 42.3%, 정형외과 36%였다.
소득 1위인 안과는 전공의 경쟁률도 1.75대 1로 가장 높다. 반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소득은 연간 1억3474만원으로 가장 적었는데, 전공의 경쟁률도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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