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인데 성과급 반토막? '트럭 시위' 나선 LG엔솔 직원들

이희권 2024. 2. 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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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마련한 시위 트럭이 서울 여의도 일대를 돌고 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직원 시위 주최측

‘언론에선 최대 실적 내부에선 위기 운운’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 체계 공개하라’

지난해 역대 최고실적을 낸 LG에너지솔루션 서울 여의도 본사 앞에 3.5t 트럭이 등장했다. 5일 일부 직원들이 회사 측에 성과급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트럭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사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적힌 트럭은 하루 종일 여의도 일대를 맴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명이 익명 모금을 통해 트럭 시위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잔치가 끝나자 성과급 싸움이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부침을 겪었던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요 대기업에서 성과급 책정 기준을 둘러싼 직원들의 불만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하반기 전기차 수요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의 평균 362%로 책정했다. 2022년 실적에 대해 지난해초 지급한 성과급(기본급의 870%)의 절반 이하였다.

이에 성과급 수준을 두고 경영진과 직원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직원들은 최대 실적을 경신했으니 걸맞는 보상을 해달라는 입장이지만 회사 측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일회성 세액공제 등을 감안하면 전년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성과급 꺾이자 곳곳 ‘부글부글’


김경진 기자
줄어든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실적 한파로 초과이익성과급(OPI)이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연1회 지급 받았었다. 그러자 노조가 직접 경영진을 찾아가 “격려금이라도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 측이 거부했다. LG이노텍에서는 노동조합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성과급은 3분의 1로 줄었다”며 성과급 감소를 앞세워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차전지·전자부품 업계는 지난해 중반까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통상 연말·연초에 결정되는 성과급 역시 사측이 역대 최고 수준을 제시해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사측과 직원들의 온도차가 극명히 갈리기 시작했다.

경영진들은 올해 역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과도한 성과급 지급으로 기업의 투자 결정 등 경영활동이 제한될까 우려한다. 전자부품 업계 한 경영진은 “올해 설비투자를 제때 하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성과급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일정 부분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눈 높아진 직원들 “제도 바꾸자”


성과급에 뿔난 직원들 역시 단순히 ‘더 달라’는 차원의 대응을 넘어 기업 성과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한 직원은 “회사가 어려우면 성과급을 못 받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예측 가능한 성과급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또 다른 직원 역시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투명한 책정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르자는 것”이라 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은 같은 업종에서도 회사별로 다르다. 삼성전자는 OPI 책정에 있어 경제적 부가가치(EVA) 등을 고려한 자체 성과급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매년 집행하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상쇄할 정도의 이익이 발생해야 임직원들에 성과급을 줄 수 있다. 반면 SK하이닉스 노사는 2021년 경제적 부가가치 산출법을 폐지하기로 합의하고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연동하기로 했다. 영업이익이 나면 무조건 성과급을 지급하는 구조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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