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건축왕 법관기피 신청에 검찰 “기각 요청”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총 450억대 전세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이 선고를 앞두고 담당 법관 기피신청을 한 것에 대해 검찰이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라며 기각을 요청했다.

인천지검은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A씨(62)의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법원은 피고인의 증거의견에 따라 지난해 3월 15일 공소 제기부터 지난달 17일 변론종결까지 약 10개월 동안 피해자를 포함해 100명 이상의 증인들을 증인신문했다”며 “변호인들과 협의해 공판기일을 지정하는 등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에게 보장되는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지만, 피고인은 재판지연을 목적으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의 재판부 기피신청이 재판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신속히 기각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부연했다.

A씨는 오는 7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최근 변호인을 통해 “담당 법관으로부터 공정한 판단을 받기 어려운 명백한 사유가 있다”며 인천지법에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은 “담당 법관은 심리 중 이번 사건과 전혀 차원이 다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깡통전세를 예로 들었다”며 “피고인들에게 적의와 유죄 심증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A씨 일당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63채의 전세보증금 453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과 관련한 전세사기 사건 재판은 2건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7일 148억원대 전세사기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원대 전세사기 재판은 따로 진행 중이다.

A씨는 인천과 경기지역 일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이들 주택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지연을 목적으로 한 기피신청 등 피고인의 방어권 남용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신속히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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